코리안심포니 '다비트 라일란트호' 힘찬 출발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는 43세의 젊은 외국인 지휘자는 취임 연주를 무사히 마치고 다시 한번 단상에 올랐다. 또박또박 한국어로 새해 인사를 건넨 후 선보인 앙코르곡은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 단골 앙코르곡이기도 한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신임 예술감독으로 한국 관객들과 공식적으로 처음 만난 다비트 라일란트는 객석과 함께 호흡하며 힘찬 출발을 알렸다. 밝고 경쾌한 선율이 공연장에 울려 퍼졌고, 그는 오케스트라는 물론 관객들의 박수까지 지휘했다. 연주 중간에 객석을 향한 그의 손짓과 몸짓에 따라 박수가 커지고 작아졌고, 관객들과의 특별한 교감으로 공연의 끝을 장식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빛을 향해' 새롭게 시작한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취임연주회로 그 시작을 알린 제7대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가 선봉에 있다.


이날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단상에 오른 그는 절도 있는 몸짓의 지휘로 시선을 끌었다. 양손을 크게 가로지르며 춤을 추듯 몸을 들썩였고 때로는 단상에서 펄쩍펄쩍 뛰기도 했다. 남다른 에너지로 선율에 몸을 맡긴 그의 얼굴은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듯 보였다.

취임 연주회는 '열정'과 '희망'의 키워드로 채워졌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음악을 통해 위로를 건네고, 희망으로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독일 낭만 음악을 대표하는 베토벤과 슈만이 역경을 딛고 빛으로 나아간 곡이 무대를 채웠고, 연주회의 포문은 작곡가 진은숙이 열었다.

현대 창작곡에도 관심을 보여온 라일란트는 첫 곡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곡가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5장 '프렐류드'를 택했다. 곡은 2분 가량으로 짧았지만, 동양적이면서도 통통 튀는 독특하고 매혹적인 색채로 단번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18살의 신예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절망에서 희망의 조각을 발견한 베토벤의 작품이다. 베토벤에게 귓병이 찾아온 해인 1797년에 착수한 곡으로, 어둠과 열정의 음들이 뒤섞여 있다. 차분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이어져 웅장하게 마무리하는 곡에서 베토벤이 시련을 딛고 광명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무대 시작 전 임윤찬의 뒤에서 따뜻한 눈빛의 박수를 보내던 라일란트는 그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따로 또 같이,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협주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피아노의 시간에는 미동도 없이 온전히 그에게 시간을 내줬고, 뒤이어 이어지는 오케스트라의 시간에는 강약을 조절하며 음을 폭발시켰다.

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슈만 게스트'로 활동 중인 라일란트가 이날 선보인 슈만 교향곡 2번도 주목을 받았다. 벨기에 출신으로 프랑스적이되 독일적인 감수성을 지닌 그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갖고 있지만, 그중 슈만은 그에게 어렸을 때부터 계속 질문을 건네고 영감을 줬던 작곡가다.


정신의 병마와 싸우며 인생 최악의 시간을 보내던 시기에 슈만이 작곡한 교향곡 2번은 그 분투의 과정을 보여준다. 관악기가 문을 여는 1악장은 음을 충분히 끌어올려서 빠르지만 지나치지 않게 그려내며, 밝고 경쾌한 2악장과 서정적이고 차분한 3악장에 이어 생기 넘치는 4악장이 환희하듯 방점을 찍는다.

임기 3년의 라일란트는 세 시즌 동안 빈 악파와 독일의 낭만주의, 19세기 중반과 20세기 프랑스 레퍼토리의 세 축을 중심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올해 하반기에는 그의 음악적 정수로 대변되는 모차르트를 클라리넷 협연으로, 또 하이든의 '천지창조' 등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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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