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인데 손님 없어도 너무 없다"…평소보다 더 한산한 재래시장

전통시장 설 대목 앞두고 한산…코로나19로 명절특수 실종
"명절음식 대신 집에서 먹을 반찬 사러 오는 사람이 대부분"
"설 음식 따로 하지 않을 것, 이번엔 제사도 지내지 않을 예정"
제기상 울상 "설이라 수요 늘었지만 온라인 구매 더 많아"

 "다음 주 설 명절인데도 평소보다 더 한산하네요. 장사가 안 돼 걱정이 큽니다."

설 명절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26일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 이날 오후 1시에는 장을 보는 손님, 시장 안에서 점심을 먹는 손님들이 비교적 적어 예년과 같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이 아니었다.

따뜻한 날씨가 손님들을 이끄는데 한몫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8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명절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러 전통시장에 오는 손님들은 거의 없었다.

시장 안 상인들은 평소보다도 더 손님이 없어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서문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현모(55·여)씨는 "코로나19로 채소 값만 오르고 사람은 없다"며 "곧 설인데 전통시장에 사람이 이렇게 없으면 어떡하냐"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생선가게 사장 최모(70·여)씨는 "매년 오는 손님이 적어진다"며 "그래도 평소보다는 많겠지 했는데 평소보다도 사람이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최씨는 "옛날에 비하면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오는 손님들도 설명절 때문에 오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해먹을 반찬 사러 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다"고 덧붙였다.

시장 안에는 양손 가득 장을 보는 손님들은 거의 없었다. 대다수의 손님들은 '반찬 해먹을 정도'의 식자재만 구입해 갔다.

설 명절에 먹을 반찬 재료를 사러 왔다는 박모(42·여)씨는 "설이라고 해서 따로 음식을 하진 않을 것이다"며 "고향에 안 가기 때문에 가족끼리 먹을 반찬 정도만 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모(70대)씨는 "이번에는 제사도 지내지 않을 예정이다"며 "가족들끼리 소소하게 먹을 음식만 장만하러 왔다"고 말했다.

제사상 위에 올릴 과일 등은 마트에서 살 예정이라고 하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과일은 마트에서 구매할 거라는 김모(65·여)씨는 "시장에서는 조금만 사고 마트를 갈 계획이다"며 "마트 가는 게 더 익숙하고 제사상에 올릴 과일은 마트에서 모양이 이쁜 것으로 사고 싶다"고 했다.

정모(60대)씨는 "마트가 익숙해 마트에 가서 사려고 한다"며 "혹시나 전통시장에 좋은 물건이 있는지 잠깐 들린 것 뿐이다"고 말했다.


명절특수로 1년을 먹고산다는 제기, 한복 가게 역시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없어 상인들이 직접 나서서 손님을 모으고 있었다.

한복을 판매하는 최모(52·여)씨는 "한복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며 "같은 코로나19 시기인데도 지난해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복 가게 사장은 "장사가 너무 안돼 밖에 서서 손님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더 장사가 안되는 거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제기를 파는 상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장보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하는 상인들도 더러 있었다.

제기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제기 같은 경우는 일 년 중 4개월을 장사해서 먹고살아야 한다"며 "설 명절이라 수요는 늘었지만 온라인 구매가 더욱더 많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앞에서 손님들을 기다리는 택시 기사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택시 기사들은 '시장에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토로했다.

택시기사 방모(74)씨는 "지금쯤이면 원래 사람이 북적북적해야 되는데 사람이 너무 없다"며 "올해는 시장이 너무 조용하니 시장이 다 죽었구나 싶다"고 정부 대책을 요청했다.

한편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오는 2월2일까지 전통시장 주변 도로 438곳에 최대 2시간까지 주차를 허용한다.

17개 시·도별로는 서울이 94곳으로 가장 많다. 대구는 전통시장 24곳 주변 도로에 주차를 한시적으로 허용해 편의를 제공한다.

주차 허용 구간이 아닌 곳과 소화전 5m 이내, 버스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 등에서의 불법 주·정차 단속도 강화한다.

전통시장 주변도로 주차 허용 구간은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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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