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처리 설치기금 주식 등에 빼돌린 혐의
주식 외상거래 횡령금 넣었다가 손해로 잃어
계좌 한도 늘리는 과정서 문서 등 위조하기도
주식 투자를 위해 115억 상당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는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 김모(47)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그는 송치 과정에서 공범 유무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이날 오전 김씨를 구속 송치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공문서 위조 ▲위조공문서 행사 ▲허위공문서 작성 ▲허위공문서 행사 등으로 총 5가지다.
서울 광진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돼 있던 김씨는 오전 7시36분께 패딩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모습을 드러내 "공범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없습니다"고 답했다. 가족 중에 횡령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없습니다"라고만 답했다.
하지만 "횡령 혐의 인정 하나", "77억 전부 주식으로 날린 게 맞나", "미수거래로 돈 다 날린 거 맞나"는 질문 등엔 답하지 않았다.
그는 곧이어 준비된 호송차에 탑승해 검찰로 이동했다. 서울동부지검으로 송치된 김씨는 이날 중으로 구치소에 입감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강동구청 투자유치과 등에서 근무하며 2019년 12월8일부터 지난해 2월5일까지 자원순환센터 건립에 쓰여야 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의(SH)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금 11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26일 구속됐다.
그는 총 236회에 걸쳐 하루 최대 5억원의 구청 계좌 돈을 개인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출금이 불가능한 기금 관리용 계좌를 써야 하지만 김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구청 명의 계좌로 납입금을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출금이 가능한 구청 업무용 계좌로 보내달라는 공문을 SH에 보냈는데, 경찰은 해당 공문이 조작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더해 김씨는 2019년 12월께 구청 명의의 위조 공문을 은행에 보내 공금 계좌의 하루 이체 한도를 1억에서 5억원으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도 자신이 올린 허위 공문을 직접 결재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횡령금 가운데 38억원은 2020년 5월에 다시 구청 계좌로 입금했으나 나머지 77억원 중 대부분은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최근 김씨가 횡령금의 상당수를 주식투자로 날렸다는 1차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그는 주식 투자 중에서도 주식 외상거래(미수거래)로 횡령금 상당수를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수거래란 일부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외상으로 매수하는 제도로, 결제일까지 돈을 갚지 않으면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통해 계좌에 있는 주식을 강제 매도한다.
경찰은 김씨가 미수거래 등을 통해 여러 종목의 주식을 산 뒤 가격이 하락하자 주식을 되팔거나 대금을 갚을 수 없어 구청 공금을 혼자 빼돌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동구청 공무원 7명과 SH 직원 1명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나 입건된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김씨의 단독 범행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그의 가족을 상대로도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김씨가 이전부터 써 오던 가족 명의의 증권 계좌를 이번 범행에도 활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가족 3~4명이 조사 대상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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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