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강제추행 오거돈, 항소심서도 징역 3년 선고

부하 여직원 두 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거돈(74) 전 부산시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부산고법 형사2부(재판장 오현규)는 9일 오 전 시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고·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인 징역 3년을 유지했다.



푸른 수의를 입은 오 전 시장은 이날 법정에 변호인단 없이 홀로 출석했다.

재판부는 "부산시장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한데다 범행수법, 장소, 피해자와 관계 등을 보면 죄질이 나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라며 "피고인이 월등히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으로, 이는 권력에 의한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요구하는 대로 오거돈 시장이 사퇴하는 등 나름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고, 고령인데다 두차례의 암수술을 받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점. 가족과 지인들이 선처한 점을 종합해서 볼 때 1심의 양형 판단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오 전 시장측이 신청한 진료기록감정에 대해 재판부는 "불리한 진술을 당하지 않을 권리, 방어권의 권리, 범죄 사실에 대해 법리적 주장을 하면서 진술을 다툴 수 있기에 양형의 조건으로 보지 않는다"며 "만약 이것을 가중적 양형으로 본다면 피고인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오거돈공대위)는 이날 공판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항소기각은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같다"며 "권력형 성폭력에 대해서 가해자, 주변인, 정치인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법원마저 스스로의 막중한 책임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또 상고 여부에 대해선 "검사, 피해자, 오거돈공대위와 같이 의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선고기일에 앞서 지난 8일 오 전 시장 측이 피해자와 합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선고기일 연기를 신청했지만, 피해자 측이 합의 의사가 없다고 밝혀옴에 따라 연기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 측의 선고기일 연기신청 사실이 알려지자 오거돈공대위는 성명서를 내고 "선고기일 연기신청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와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단 하루도 연기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신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020년 4월 초 시장 집무실에서 여직원 A씨를 강제 추행해 강제추행치상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2018년 11월께는 또 다른 직원 B씨를 강제추행하고, 같은 해 12월 B씨를 또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6월 29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오 전 시장은 강제추행 치상 혐의 등을 부인하며 항소를 제기했다. 그러다 지난 1월 19일 공판에서 "강제추행치상 무죄 주장을 철회하고 그 혐의를 인정한다"며 돌연 철회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장관, 한국해양대 총장을 지낸 오 전 시장은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네 번째 도전 끝에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 2020년 4·15 총선 직후 피해자의 요구대로 성추행 사실을 공개 고백한 뒤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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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