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예정자모임 "전체 철거 후 재건축 시행해야"
광주시장·HDC회장도 전면 철거 우회적으로 시사
안전진단 결과 관건, "대기업의 사회적책임 중요"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실종자 수습작업이 한 달 만에 마무리되면서 해당 아파트 단지의 철거와 재시공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붕괴된 201동만 철거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으나 입주 예정자들이 전체 철거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데다 정밀 안전진단결과에 따라서는 단지 내 아파트 8개동 모두를 철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붕괴 사고가 난 아파트는 '주택건설 명가'를 자부해온 HDC산업개발이 시공한 화정아이파크로,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상태였다. 광주지역 초고층 아파트 시대를 연 이 곳은 지하 4층~지상 39층, 8개동 아파트 705가구, 오피스텔 142실, 총 847가구 규모다. 청약결과 평균 경쟁률 67.58대 1를 기록했다.
관통도로를 좌우로 4개동은 1단지, 나머지 4개동은 2단지로 허가에서 설계, 시공까지 '쌍둥이 건축'으로 이뤄졌다.
붕괴된 201동에서는 지난달 11일 옥상층(39층) 타설작업 도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구조물 등이 무너져 내리면서 하청노동자 6명이 숨졌고, 1명이 다쳤다.
희대의 부실공사에 심리적 불안감까지 더해지면서 201동의 경우 전면 철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똑같은 시공사 주도로 판박이 설계와 공법, 인력 투입이 이뤄진 점을 들어 8개동 전체 철거 이후 재시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입주예정자모임 측은 사고 발생 엿새만인 지난달 18일 성명을 통해 "아이파크 1, 2단지 전체 철거 후 재건축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이용섭 시장도 설 연휴 직후 "201동은 비전문가가 봐도 다시 지어야 할 수준이고, 나머지 7개동도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감 해소 등을 위해 믿을 만한 전문가에게 점검을 맡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몽규 HDC그룹 회장도 사고 발생 1주일 만에 "사고수습을 위해 '완전 철거 후 재시공'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붕괴 참사가 일부 세대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세대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돼 있고 각 단지별로 지하주차장이 인근 3개동과 연결된 구조여서 일부만 철거하는 방안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체 철거 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완공단계에 이른 39층 아파트여서 철거에 최소 1년, 재시공까지 2∼3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비용은 2500억 원대에 이르는 도급액과 공정률을 감안한 실제 집행공사비, 연면적 3.3㎡당 20만~30만원에 이르는 철거비용, 수분양자 위약금 등을 감안하면 최소 3000억원대, 많게는 40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관련 업계에선 보고 있다.
반면 정밀안전진단 결과 201동만 단독 철거하거나 201동 중 붕괴된 층을 중심으로 부분 보강이 낫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나머지 7개동은 존치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
전례가 없는 점과 안전상 문제, 주변 건축물과 지반 상황, 재산권 문제 들이 복잡하게 뒤엉킬 가능성이 큰 점도 전체 철거에 부담감을 더하고 있다.
이에 행정당국도 선(先) 정밀진단, 후(後) 철거범위 결정을 원칙으로 삼는 분위기다.
사업계획 승인과 관리·감독권를 쥐고 있는 광주 서구청도 수습 완료 후 첫 후속대책으로 정밀안전진단을 꼽았다.
서대석 서구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가장 먼저 입주예정자협의회와 시공사, 감리단 등과 협의해 안전진단 전문기관을 선정해 정밀진단을 의뢰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철거 여부나 공사 재개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