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컴퍼니 활용한 자금 돌리기로
신라젠 1000만주 교부, 1918억 이득
재판부 "부정거래 이득 산정 어려워"
자기자본 없는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한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수천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에게 2심 재판부가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배임 인정 액수 등이 대폭 줄면서 1심 350억원보다 대폭 줄어든 10억원의 벌금형만 부과됐다.
25일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승련·엄상필·심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1심과 징역형량은 같지만 벌금 액수는 350억원에서 대폭 줄어든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문 전 대표가 얻은 부당이득을 350억원, 배임 액수도 350억원이라고 봤지만 2심은 부당이득은 '액수 불상', 배임 액수는 10억5000만원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 선고형량은 지난달 19일 검찰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구형한 징역 20년에 벌금 2000억원, 855억원 추징명령보다도 대폭 낮았다. 이 역시 부당이득을 1918억원으로 계산한 검찰 공소 내용에 대해 재판부가 "사기적 부정거래로 인한 이득을 따로 산정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문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곽병학 전 감사에게는 징역 3년 벌금 10억원, 이용한 전 대표에게는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범행에 연루된 페이퍼컴퍼니 실사주 조모씨는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신라젠 창업주이자 특허대금 관련사 대표 황태호씨에게는 이날 무죄가 선고됐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피고인들도 이날 전반적으로 형량이 줄었다.
문 전 대표 등은 자기자본 없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 대금을 신라젠에 납입하고, 1000만주 상당의 신라젠 신주인수권을 교부받아 행사해 1918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문 전 대표 등이 페이퍼컴퍼니 역할을 한 크레스트파트너를 활용해 35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을 인수해 신라젠 지분율을 높였다고 본다. 이후 기관투자자에 투자 자금을 받아 신라젠 상장 이후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는 2013년 4월께 신라젠이 청산하기로 한 별도 법인의 특허권을 양수하며 대금을 부풀려 지급하는 방식의 29억3000만원대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아울러 문 전 대표 등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받을 수 없는 지위에 있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며 자신들의 몫도 포함한 혐의도 있다.
신라젠 사건은 전·현직 임원들이 악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 주식 거래를 했다거나 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이 됐다. 대대적인 수사 등을 거치며 신라젠 주식 거래는 1년8개월 간 정지됐고, 지난달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후 6개월의 개선기간이 부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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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