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TK'에 큰절 이재명 "난 박정희 닮아…박태준 존경"

안동서 울먹 "내 불가능한 도전 다 어머니 덕분"
포항·구미 가서 朴·TJ 향수 자극 "걸출한 경영자"
"화백회의가 통합 정치 출발점" 소수정당 러브콜
'우크라 발언' 수습 "대러 국제제재 강하게 참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8일 경북 포항을 시작으로 경주, 대구, 구미, 안동, 영주 등 대구·경북(TK) 6개 도시를 순회하며 보수 영남 표심에 러브콜을 보냈다.

경북 안동 출신 여당 대선후보임을 강조하며 거리감을 좁혔고,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을 높이 평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연고지인 TK에서 민주당 후보로서 유례없는 약진을 통해 대선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동서 울먹 "내 불가능한 도전 다 어머니 덕분"

이 후보는 이날 저녁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아 "안동이 길러주신 이재명이 이제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돼 돌아왔다"며 "이 고향,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안동의 선배 동료님, 후배님들에게 큰절 한번 해야하지 않겠나"라며 무대에 엎드려 운집한 지지자와 시민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그는 "여우도 죽을 때는 고향에 머리를 두고 죽는다는데,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데 내게 여러분이 얼마나 소중하고 반갑고 존경스럽겠는가"라며 거듭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또 "정말 칼날 위를 걸어오듯 인생을 살아왔는데, 엄청나게 많은 위기를 겪으며 이 자리까지 왔는데 대체 일탈하지 않고 그 불가능한 도전들을 한 원천이 뭐냐고 누가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가 불가능해보이는 도전을 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내 어머니였다"고 밝혔다.

이어 감정이 복받친 듯 이 후보가 잠시 말을 잇지 못하자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어 이 후보는 "어머니는 정말 나를 믿어주셨다. 어떤 선택을 해도 지지해주셨고 넷째 아들이 반드시 잘 될 거라고 100% 확신했다"고 술회했다.

붉게 상기된 얼굴의 이 후보가 "이제 이 고향 땅에 (어머니가) 묻히셨는데 이 대구·경북, 경북 안동 여러분이 이재명을 포근하게 안아주고 이재명이 꿈꾸던 공정한 세상,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힘 좀 모아주시겠는가"라고 묻자, 지지자들은 열광하며 "이재명"을 연호했다.


◆포항·구미 가서 朴·TJ 향수 자극 "걸출한 경영자"

이 후보는 포항 죽도시장 유세에서 "박태준 전 회장을 개인적으로 참 존경한다. 같은 재료를 갖고 음식을 만드는데 요리사마다, 음식점마다 맛이 다른 건 결국 리더의 몫"이라며 "포항제철도 걸출한 경영자가 있어서 가능했을 것"이라고 극찬을 보냈다. '포철 신화' 박태준(TJ) 향수를 자극한 셈이다.



동대구역 광장 유세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공과는 정확히 평가하자. 우리 산업화의 공(功)은 인정해 주고 다만 민주주의에 대해 심각한 훼손을 가져온 것은 과(過)"라며 "객관적으로 하나의 역사일 뿐이다. 그 속에서 좋은 점 추려내고 나쁜 점 골라내고 부족한 점 보완하는 게 발전 아니겠냐"고 전향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전 대통령 고향인 구미 유세에서도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100% 어느 한 쪽으로만 평가될 수 없는 것처럼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산업화의 공이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나아가 "박정희 하면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강력한 추진력, '한다면 한다'인데 닮은 사람이 있어보이지 않느냐. "(내가) 비슷하지 않나"라며 "나도 한다면 하는, 약속한 건 지키는, 강력한 실행력을 내 장점이라 생각한다. 정치는, 행정은 그래야 한다"고도 했다.


◆"화백회의가 통합 정치 출발점" 소수정당 러브콜

소수 정당을 향한 '정치개혁' 연대 러브콜도 이어갔다. 경주 황리단길 유세에서 옛 신라의 귀족 합의제 정치체인 '화백회의'를 거론하며 "정말 위대한 제도다. 통합의 정치를 한 것"이라며 "통합의 정치 출발점"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 정치가 정말 문제가 있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거대 양당 독점체제"라며 "실패를 유인하는 정치를 하지 말자, 통합의 정치를 하자,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진짜 정치교체를 하자"고 호소했다.

구미 유세에서도 "1당이 독점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두 당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이런 적대적 공생 정치를 이제 끝내야 한다"며 "사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0년간 계속 외친 새정치,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외치는 정치개혁의 꿈, 이재명이 시민운동하며 당의 비주류로서 이때까지 생각해온 것이 사실 다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에 대한 공세도 이어갔다. 그는 "남의 머리 빌리려 해도 자기 머리가 어느 정도 있어야 빌릴 것 아니냐. 아니 빌릴 수 있는 머리라도 있어야지 않냐"며 "똑같은 상황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빚어내는 게 바로 CEO, 최고책임자다. 같은 조선인데 선조는 전쟁을 겪었지만 정조는 새로 부흥시키지 않았냐"고 했다.


◆'우크라 발언' 수습 "대러 국제제재 강하게 참여"

영남권 경제 발전도 거듭 약속했다. 포항 유세에선 지역 현안인 포스코 지주사 본사의 포항 이전 문제에 대해 "수도권에 있는 준공공기관, 공기업, 준공기업을 다 지방으로 내려보내야 하는데 지방에 있는 걸 도로 싹 짊어지고 서울로 가면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해결을 약속했다.

대구 유세에선 영·호남과 제주를 하나의 초광역단일경제권으로 묶는 '남부수도권 구상 실현위원회' 발대식을 가졌다. 그는 "새로운 거대 경제권인 남부수도권을 만들자"며 "대통령 직속의 남부수도권 추진위원회를 제가 대통령이 돼 직접 관할하겠다"고 강조했다.

구미역 앞 유세에선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주면 여러분의 삶이, 구미 경제가 확실히 좋아질 것"이라며 "나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 한다면 한다"고 구애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폄하 발언 논란을 의식한 듯 러시아를 강도높게 규탄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동대구역 유세에서 우크라이나 영내에서 러시아군의 전면 철군을 요구하며 "우리도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에 확실히 참여해 강하게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영주 태극당 앞 유세에서 "사실 영주를 엄청 부러워했다. 안동보다 영주가 옛날에 훨씬 더 잘살았지 않나"라며 "영주가 옛날 영광을 되찾을 뿐만 아니라 영주 시민들이 즐겁게 이 동네에서 직장을 구하고 짝을 만나 아이를 많이 낳아서 양육하고 교육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동네를 만들어보고 싶다. 나는 진짜 한다"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으로 TK 유세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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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