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기간 정해 뽑아도 '자동연장' 조항 있으면 계약갱신"

헬기조종사로 1년 채용…사업 차질로 해고
1·2심 "계약직으로 채용돼…갱신거절 적법"
대법 "자동연장 조항, 문구 그대로 해석해야"

근로계약 기간을 정해 직원을 채용했더라도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있다면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B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년 항공기로 산불 진압 등을 하는 업체 B사에 헬기조종사로 채용됐다. 당시 B사는 헬기사업팀을 신설했는데, 새로 도입한 헬기에 대해 증명발급을 받으려 했으나 당국이 거절해 운용을 못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헬기사업팀 팀장은 자신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직 의사를 밝혔고, B사는 A씨를 비롯한 다른 조종사들에게도 사직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자신이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불복했다. B사와 1년간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만료될 때까지 '별도 합의가 없으면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1심과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내용과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조항이 모순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A씨가 계약 종료에 합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된 셈인데, 그렇게 되면 계약기간을 1년으로 명시한 조항은 효력을 잃는다고 했다.

1심과 2심은 B사가 계약의 연장 여부를 심사해 결정하고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아야 계약이 연장된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A씨의 경우에는 B사가 운영하려던 헬기 기종에 관한 조종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는 점도 언급됐다. B사로선 항공조종사로 일할 수 없는 A씨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할 명분이 있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조항을 원문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계약서에 담긴 문구의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전체 내용과 계약의 경위,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해석할 수 있다. 문구의 객관적인 뜻과 다르게 해석해 당사자 간 법적 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면 더욱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양측이 맺은 계약서에는 A씨가 항공조종사로 근로를 정상적으로 제공해야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다는 게 대법원 재판부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양측이 합의를 하지 않으면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문구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은 그 자체로 A씨와 B사는 근로계약의 기간이 만료하는 날까지 별도로 합의하지 않는 한 계약은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의미임이 명확하다"며 "계약서에 적혀 있지 않은 내용을 추가하는 것은 계약서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에 반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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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