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붕괴, 무단구조변경·물탄 콘크리트·감리 소홀 탓

사조위 조사 결과 발표…"총체적 부실로 인한 인재"
공법 임의 변경…구조안전성 검토·감리 승인 없어
동바리 조기 철거로 붕괴 유발…"가장 큰 실수"
작업 속도 높이려고?…콘크리트에 추가로 물 탄 듯
감리자 역할도 부족…국토부 "현산, 엄정 처벌 방침"

 39층 바닥을 당초 설계도와 다르게 무단 변경하고 PIT층(39층 옥상층과 38층 사이에 배관 등을 설치하는 별도의 층) 하부 가설지지대(동바리)는 조기 철거해 붕괴를 유발했다. 콘크리트 양성 기간에 신경을 써야 하는 동절기 공사에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고, 설상가상 작업 편의를 위해 콘크리트에 물까지 탔다. 이 같은 상황을 감리자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원인을 조사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 결론이다.



김규용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충남대학교 교수)은 14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사고는 구조 안전성 검토 부실, 콘크리트 시공품질 관리 부실, 시공관리·감리기능 부실 등 총체적 부실로 발생한 인재"라고 강조했다.

◆무단 구조변경이 붕괴 불러

김 위원장은 "애초 기본 설계도면에는 39층과 38층 사이에 슬래브가 이중구조로 돼 있는데, 슬래브 간격이 작업자가 들어가서 작업을 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며 "원래는 재래식 거푸집 공법으로 수행하도록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해 공법 변경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구조 상태가 변경되는 것이라 구조기술사의 구조안전성 검토를 받아야 했고, 감리의 승인을 받는 절차가 있어야 했는데 누락됐다"고 덧붙였다.

기존 설계에는 없었던 PIT층 콘크리트 가벽이 설치되면서 PIT층 바닥 슬래브 작용하중이 추가됐고, 지지방식 변경으로 하중은 중앙부로 집중됐다.

동바리를 조기 철거한 것이 실책이었다고도 짚었다. 김 위원장은 "39층 콘크리트 타설이 되는 시점에서는 어떤 이유에서든 동바리가 제거되면 안 된다"며 "확인한 바로는 작업의 편의성을 위해 가설재를 인입구로 활용하기 위해 철거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구조적 위험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수준 미달 콘크리트 강도…작업 쉽자고 물 탔나

콘크리트 강도의 부족도 건물 붕괴의 원인이다. 사조위가 구조물 코어채취를 통해 강도를 시험한 결과 설계기준 강도 대비 60% 내외로 전반적으로 불합격 평가됐다. 표준공시체의 강도는 기준 이상으로 합격점을 받았는데, 구조체 코어공시체의 강도는 동일한 콘크리트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났다.

김영국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레미콘이 들어오면 시공사에서 품질관리를 하는데, 이것이 표준시험체"라며 "타설하기 전에는 강도가 제대로 나왔는데 건물이 올라가고 굳어진 상태에서 공시체로 체크했더니 강도가 안 나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조위는 이를 제조 및 타설 단계에서 콘크리트에 물을 탔기 때문으로 유추했다. 콘크리트 반죽을 지상에서 타설할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기계적 압력으로 고층까지 쏘아 올릴 때는 점성이 크면 압송 장비에 부하가 많이 걸리고 타설 속도가 늦어진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압송하는 과정에서 작업의 용이성을 위해 가수를 하지 않았나 싶다. 물을 더 타게 되면 작업하기는 좋지만 강도를 떨어뜨리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며 "레미콘에는 화학적 결합량이 정해져 있어 물을 추가하게 되면 절대적으로 강도가 떨어지게 돼 있다"고 했다.

이러한 시도는 공기 단축과 무관하지 않다. 김 위원장은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초공사 단계에서 공사기간이 약간 길어진 요인은 있었다"며 "동절기 기온이 낮은 상태에서 충분한 양생기간을 확보하지 못했던 부분은 있었고 복수의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전반적 관리 부실…HDC현산 제재 수위 곧 발표

시공 과정을 확인하고 붕괴 위험을 차단해야 할 감리자의 역할도 부족했다. 공사감리 시 관계전문기술자와의 업무협력을 이행하지 않아 구조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사조위의 판단이다. 관련 법령에는 구조설계 변경 시 관계전문기술자와의 협력을 권고하고 있지만, 위반 시 제재는 없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설계를 임의 변경한 주체를 묻는 질문에 "총괄적 책임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있고, 하도급을 받은 재하도업체 가현건설도 책임이 있다"며 "설계 변경 사안에 대해 시공관리업체와 감리업체가 상호 확인 하에 시행했어야 하는데, 안 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달 내로 HDC현산 등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 정책관은 "사건이 중하고 국민적 우려가 큰 만큼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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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