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기간도 퇴직금 계산때 포함해야"…대법 첫 판단

"수습근무 기간도 퇴직금 계산에 포함"
"공백 없이 근무한다면 계속 근로기간"

 퇴직금을 지급할 때 수습사원으로 근무한 후 바로 회사에 채용됐다면 수습 근무 기간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근로기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지방의 한 의료원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1999년 12월1일 수습사원으로 이 의료원에 입사한 A씨는 한달간 근무한 후 33만8000원을 받았고, 의료원은 2000년 1월1일 A씨를 임시직 근로자로 채용했다.

의료원은 1999년 12월31일 이전 입사자는 5년 이상 근속할 경우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하고, 2020년 1월1일 이후 입사자는 퇴직금 단수제를 적용하도록 보수규정을 2020년 1월에 개정했다. 근로자 퇴직금 산정에는 단수제가 더 불리하다.

A씨는 2018년 3월 퇴직했다. 의료원은 A씨가 2020년 1월1일에 입사했다고 보고 단수제를 적용해 퇴직금 8000여만원을 지급했다.

A씨는 '1999년 12월1일에 입사해 누진제 대상에 해당한다. 누진제에 따라 퇴직금 1억3000여만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이에 미지급 퇴직금 5000여만원을 달라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A씨가 수습사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한 입사일(1999년 12월1일)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근로기간 계산의 시작일로 보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였다.

1심은 의료원이 1999년 12월 근로의 대가로 지급한 33만8000원은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실습생으로 의료원에 합격했고, 의료원이 통상 임금을 지급하는 시기와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심도 1999년 12월에 1개월간 근무한 것은 일종의 실무전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수습기간 임시직 근로자와 동일한 조건으로 근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근로관계 계속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1심과 2심은 1999년 12월 A씨의 근무 형태가 수습사원이 아닌 일종의 실무전형에 해당한다고 보고, 1999년 12월 근무와 2000년 1월부터 임시직 근로자로서 근무 사이에 계속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은 이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시용기간(수습기간) 만료 후 본 근로계약을 체결해 공백 기간 없이 계속 근무한 경우에도 시용기간과 본 근로계약기간을 통산한 기간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계속근로기간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시용이란 본 근로계약 체결 이전에 해당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고 평가하기 위해 일정기간 시험적으로 고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대법은 A씨가 1999년 12월 한달간 근무한 것은 실무전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근무를 제공한 수습기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시용기간 종료 후 본 근로계약을 체결해 공백 없이 계속 근무한 경우에도 (근속기간 중에 근로제공 형태가 변경된 경우 계속근로기간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의 법리가 적용된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고 했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1995년 7월 '근속기간 중에 근로제공 형태가 변경된 경우에도 임시고용원의 근무기간과 정규직사원의 근무기간을 통산한 기간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계속근로기간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이외에도 대법은 시용기간 만료 후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할 때에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실질적인 거부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2015년 11월 판단하기도 했다. 시용계약 역시 그 자체로 근로계약임을 전제로 한 판결이다.

지난해 4월 대법은 시용 근로관계에 있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등으로 요양이 필요한 휴업 기간 중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시용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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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