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측 "만취…어딘지도 몰랐다"

2020년 11월 택시기사 폭행한 혐의
재수사로 기소...15일 첫 법정 출석해
"만취해 사물변별 능력 극히 미약해"

 운전 중이던 택시기사를 술에 취한 상태에서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측이 15일 첫 정식재판에 출석했다. 이 전 차관 측은 "만취한 상태라 자신이 어디 있었는지, 상대방이 누구인지, 차랴 운행 중이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했다"며 심신미약을 재차 주장했다.

이 전 차관의 법정 출석은 사건 발생 16개월여 만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부장판사 조승우·방윤섭·김현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과 특수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A씨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2020년 11월 택시기사 B씨의 목을 움켜잡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차관은 사건 발생 1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남색 정장에 검정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피고인석에 앉은 이 전 차관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담담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 사건 초기 수사를 미진하게 한 혐의를 받는 A씨도 이날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이 전 차관 측은 지난 준비기일 때와 마찬가지로 "운전자 폭행(혐의)은 객관적 사실관계를 인정하지만, 다량 음주를 하고 만취한 상태여서 사물변별할 능력이 극히 미약한 상태였다"며 "자신이 어디 있었는지, 상대방이 누구인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행동 당시 차량 운행 중이었는지조차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B씨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부탁해 적용된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택시기사는 삭제 요청을 받고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B씨가 경찰 조사 중 영상을 지운 것은 거짓말이 탄로가 날까봐 우려해 '자의적'으로 지운 것이라는 취지다. 아울러 B씨가 삭제한 영상은 원본이 아니었다고도 했다.

이 전 차관 측은 "(법조 전문가인) 피고인은 동영상을 이미 경찰이 확보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B씨 태도로 보아서 동영상을 (외부에) 전송할 때 언론이나 정치공세에 시달릴까봐 우려해 (삭제를) 부탁한 것이다. 증거인멸 고의가 있었는지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씨도 이날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이를 내사 보고서에 담지 않은 채 상부에 단순 폭행으로 보고했다는 의혹에 대해 A씨 측은 "보고서 작성 이후에 (동영상이) 확인된 것"이라며 법리적으로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차관 측은 검찰이 신청한 증거 중 B씨의 진술조서 부분을 모두 부인했다. B씨가 운전자 폭행 혐의에서는 피해자지만 증거인멸교사에서는 공범인데, 검찰이 이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 전 차관은 변호사 시절이던 2020년 11월6일 B씨의 목을 움켜잡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목적지에 도착해 이 전 차관을 깨우자 욕설을 하며 멱살을 잡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차관에게는 사건 발생 이틀 뒤 택시기사에게 합의금 1000만원을 건네며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적용됐다.

당시 최초로 신고를 접수했던 서울 서초경찰서는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이 전 차관에게 반의사불벌죄인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한 뒤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2020년 12월 언론에 뒤늦게 보도되며 대대적인 재수사가 이어졌다.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기소할 수 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봐주기'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사건 담당이었던 A씨가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이를 내사 보고서에 담지 않은 채 상부에 단순 폭행으로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특수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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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