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실수로 사망 처리돼 선거권 박탈…법 개정 시급하다

대선 사전투표 당시 선거인명부 누락된 시민 2명
선거인명부 확정 시기 따라 선거권 박탈 여부 갈려
전문가들 "선거법 개정해서라도 대책 마련해야"

제20대 대통령선거 관련 선거제도에 대한 각종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무원의 단순 실수로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한 시민에 대한 구제방안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5일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당시 경기지역에서 선거권이 있는 시민이 선거인명부에 누락된 일이 2건 발생했다.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수원의 한 사전투표소를 찾은 A씨는 "전산상 사망자로 등록돼 사전투표를 못 한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선거인명부에서 최근 사망신고한 가족 대신 A씨가 삭제된 것이다. 도 선관위는 곧바로 해당 구청에 공문을 보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A씨가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반면 비슷한 상황을 겪고 투표하지 못한 일도 벌어졌다.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구리의 한 사전투표소에 방문한 B씨도 A씨와 마찬가지로 사망한 가족 대신 B씨가 선거인명부에서 누락됐다. 그러나 선관위 문의 결과 구제 방안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처럼 두 사람의 참정권 행사여부가 엇갈린 것은 '선거인명부 확정' 시기와 관련있다.

공직선거법 제3조(선거인의 정의)에 따르면 '선거인'이란 선거권이 있는 사람으로서 선거인명부 또는 재외선거인명부에 올라 있는 사람을 말한다.

같은 법에 따라 구·시·군의 장은 선거인명부를 작성(2월9~13일)하고, 선거인명부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선거 열람기간은 2월14~16일이었다. 이의신청, 불복신청, 명부누락자 구제 등 절차를 거쳐 2월25일 명부가 확정됐다.

A씨의 경우 선거인명부에 이름이 올라갔다가 확정 이후인 3월3일 명부 수정 과정에서 '사망자'로 누락됐다. 이미 명부에 올랐기 때문에 이후 발생한 실수에 대처가 가능했다.

하지만 B씨는 선거인명부 확정 하루 전인 2월24일 명부에서 삭제되면서 명부에 등재되지 못해 선거권이 박탈됐다.

사망자를 선거인명부에 수기로 삭제하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의 실수로 멀쩡히 살아있는 선거인이 '사망자'로 누락된 것이다. 그럼에도 선거법상 선거인명부 확정 이후에는 이렇다 할 구제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구리시 관계자는 "선거인명부 작성 이후에 사망자를 수기로 입력하는 시스템이라 실수가 발생했다. 명백한 실수였고, 이후 구제 방안을 알아봤지만 선관위에서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선거인명부 작성은 지자체 업무이고, 선거인명부 확정 전 열람·이의신청 등의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인 명부에 누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열람·이의신청 등 규정이 있고, 그럼에도 착오가 발생했을 때 현행법상 구제방법은 없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작성·수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법적으로 규정된 사항이라 명부를 고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황당한 이유로 선거권이 박탈되는 일이 없도록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선거법을 개정해서라도 선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홍채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 실수로 선거권이 박탈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선거법을 개정해서 부당한 일을 겪는 시민이 없도록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등록 관리를 전적으로 수기에 의존했던 과거에는 즉시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열람,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요즘은 전산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충분히 구제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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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 신 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