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여가부 폐지 놓고 新舊 정권 갈등 표면화

尹, 첫 출근날 "민정수석실 폐지"…靑, "하지도 않은 일 폐지 근거로" 반박
'여성가족부'도 역사적 소명 다해…여권, 여성 불평등 개선 요구 여전 입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 조직 개편에 돌입했다. 개편의 핵심은 민정수석실과 여성가족부의 폐지다. 문재인 정권의 '민정수석실'은 조국 사태의 산실이었고, '여가부'는 오거돈·박원순 사태가 터졌을 때 무대응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은 민정수석실에서 하지도 않은 일을 명분으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여가부는 여전히 여성의 불평등을 해소할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소명이 남아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구 정권이 민정수석실과 여성가족부 폐지를 놓고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과거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인수위가 국가기록물 이전,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 등을 놓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尹, 첫 출근날 "민정수석실 폐지"…제2의 조국 없다는 일갈

윤 당선인은 첫 출근일인 지난 14일 인수위 지도부와 만나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 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8년 6월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 "악역을 맡아 지방권력 감찰을 해달라"고 당부한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지침이다.

민정수석실이 만들어진 건 1968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다. 주된 목표는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을 감찰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민정수석실은 검찰과 국정원까지 지휘·통제하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구로 변질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은 국가정보원을 통해 대규모 불법사찰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같은 조직을 없애겠다는 건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시에 자신의 정부에서 '제2의 조국'이 탄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이다.

윤 당선인 측은 민정수석실 폐지를 "인수위 논의 과정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정치개혁 어젠다 중 하나"라고 취재진에 설명했다.

윤 당선인의 이같은 계획에 더불어민주당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놨다. 한마디로 검찰주의자인 윤 당선인이 민정수석실 없이도 검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검찰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할 방침이어서 자칫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인수위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경찰과 검찰에 맡기기로 해 인사가 검찰과 경찰에 휘두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경이 특정인에 대한 인사 봐주기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정이란 게 민심을 수집하는 것"이라며 "민심을 파악하고, 고위공직자 검증, 법률보좌 기능을 하는 건데 그런 기능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조 의원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건 사정·정보조사기능을 없애겠다는 건데 그러면 반부패비서관실을 없애면 된다"며 "목욕물 버리려다가 애까지 버리는 게 아니냐"고 비유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은 이미 민정수석실 폐지의 뜻을 굳힌 상태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저는 합법을 가장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숙청하고 사찰해 온 문재인 정권 민정수석실의 흑역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구중궁궐 청와대 내 깊숙한 곳에서 벌여온 온갖 음모와 조작의 산실 민정수석실은 반드시 청산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고위직 성추행 사건 비호하던 '여성가족부'도 역사 속으로

후보 시절부터 논란이 된 여가부 폐지 공역 역시 현재로서는 흔들림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가부는 지난 정부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이 발발된 뒤에도 침묵을 유지하거나 가해자인 집권여당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여가부 소속 공무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위해 공약을 만들었다는 정황이 드러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여가부를 '일 하지 않는' '정부의 눈치를 보는' 정부 부처의 상징으로 낙인 찍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존폐 위기를 자초한 것은 여가부"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 당선인이 여가부의 업무를 각 부처에 분산할지, 이를 대안할 다른 부처를 만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윤 당선인은 현재 여가부의 국장급과 과장급 인사를 인수위에 파견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여가부 폐지는 시기 상조라고 반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여성에 대한 불평등 구조가 많이 남아 있어 개선을 위해 여가부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의힘은 대선 기간 동안 20대 남성과 여성을 갈라치는 선거운동으로 20대 여성의 반발을 사 윤 당선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에게 크게 뒤졌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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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