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판사들, 尹 '판사 문건' 징계 후…'비판 성명 낼까' 논의했었다

민중기 전 지법원장 등 10여명 입장 표명 논의
"유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서 입장은 안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중 일명 '판사 문건'이 직무정지 사유로 언급되자, 서울중앙지법 소속 판사들이 입장 표명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던 사실이 뒤늦게 파악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중기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현 변호사)이 소속 형사수석부장판사와 형사부 부장판사 10여명과 2020년 11월 판사 문건 논의를 위해 모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주도로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을 받았던 때다. 법원 안팎에서 그 사유로 언급된 판사 문건을 두고 '사찰'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이에 민 전 지법원장은 판사 문건에 등장하는 형사부 부장판사들과 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주요 사건으로 불리는 '사법농단', '조국 사건' 등을 담당한 재판부 부장판사들로 알려졌다.

민 전 지법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당시에 (다른 부장판사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 것이다. 논의했을 때 유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표결 형식은 아니었지만 논의 결과 입장을 내지 않기로 의견이 모였다는 것이다.

"재판이 진행 중이고, 이 문건의 내용이 사찰이라고 할 정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유보 의견을 낸 부장판사들의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재판은 윤 당선인의 직무정지 불복 소송과 집행정지 사건을 말한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법원 안팎에서 이례적인 판사 문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때였기 때문에 문건에 등장하는 부장판사들과 입장을 내는 것에 대해 논의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지법원장이 소속 부장판사들을 불러모아 의견을 논의한 것 자체로 적절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법조계에서 나온다.

민 전 지법원장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학 동기이다. 또 진보 성향이라고 평가받는 법원 내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도 알려져있다. 민 전 지법원장은 "대법원이나 외부의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직무정지와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은 뒤 각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윤 당선인이 낸 집행정지는 모두 받아들여졌지만, 정직 2개월 징계 취소 소송은 패소했다. 직무정지 취소 소송은 1심에서 각하 판결이 내려졌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