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국인 진료제한은 위법"…국제영리병원 승소, 국내 의료시장 '파장'

제주지법 행정1부, 녹지병원 측 손 들어줘
"제주도, 진료거부 금지 의료법 15조 위반"

국내 1호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한 녹지국제병원 측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녹지병원(영리병원) 내국인 진료제한'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의료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5일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제주도가 녹지병원 측에 내건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의료인의 진료거부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제15조를 위반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법원은 2018년 12월,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녹지 병원 측에 영리병원 개설 조건으로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고 외국인 진료만 허용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녹지병원 측은 지난 1월13일 대법원에서 병원 개설허가 취소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데 이어 개설 조건 취소소송 1심에서도 승소해 향후 재판에서 제주도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앞서 제주도는 2018년 12월5일 '내국인 진료 제한'을 조건으로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했다.

그러나 녹지병원 측이 내국인 진료 제한에 반발, 법에 정해진 개원 시한인 2019년 3월4일이 지나도록 개원하지 않자 즉각 병원 개설 허가 취소절차에 돌입했다.




녹지병원 측이 의료법을 위반한 이상 원칙에 따라 취소 처분에 나선 것이라며 청문절차를 밟아 2019년 4월17일 개설허가를 취소했다.

의료법에 따라 병원은 개설 허가 후 3개월(90일) 이내에 반드시 개원해야 한다.

이러한 결정에 녹지병원 측은 제주도가 진료대상을 외국인으로 한정해 개설허가를 낸 것은 위법하다며 허가 조건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개설허가 마저 취소되자 '개설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추가로 내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녹지 측 사업계획서와 허가 조건 자체가 처음부터 외국인에 한정됐고, 외국인의료기관 설치는 제주특별법에 근거하고 있어 특별법상 도지사에게 개설 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고 맞서왔다.

그러나 녹지병원 측은 도지사가 제주특별법에 따른 외국인진료기관의 개설 허가를 결정할 수는 있지만 진료 대상까지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소송 과정에서 제주도는 재판부에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는 일반적인 국내 의료기관 허가와는 달리 제주특별법에 따른 특허적 성격의 재량행위라는 내용의 추가 서면도 제출한 바 있다.

이는 특별법이 일반법보다 우선한다는 법 상식을 전면에 내세워 도지사의 재량권 행사 범위를 넓게 해석하려는 포석이었다.

제주특별법과 제주도특별자치도보건의료특례등에관한 조례에는 도지사가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번 판결은 외국의료기관 개설에 관해 의료법에 관련 규정이 없고,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허가가 이뤄진 국내 첫 사례여서 국내 의료산업 전반에 대한 재정립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뤼디그룹이 전액 투자한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부지 2만8002㎡에 총 사업비 778억원을 들여 2017년 7월 연면적 1만8253㎡(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병원을 완공했다.

제주도는 2018년 12월5일 ‘내국인 진료 제한’을 조건으로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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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