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된 인플레 통제 모델, 코로나19에 붕괴…새 연구 필요

인플레 정의 동일하지만 원인 분석은 시대흐름에 뒤처져
수요-공급 비교 예측 모델로는 현재 인플레 설명 못해
학계 "기존 모델에 더 나은 경험적 기반 더해져야"

수십년 동안 적용됐던 인플레이션 등 경제 대응책들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정상 작동하지 않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경제학자 등 전문가들은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의는 일정하지만 그 원인에 대한 이해는 시대 변화를 거치기 마련인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백악관은 이에 대해 모두 맹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학계 모델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수요-공급 문제와 연결하지만, 금융 혁신과 규제 변화는 이러한 교과서 모델에 적용되지 않게 됐다는 설명이다.

학자들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비교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려고 한다.

실제 국내총생산(GDP)과 가용 자본 및 노동력을 적용한 잠재적 GDP의 차이를 나타내는 '산출 격차'와 실업률, 물가상승률 간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을 참조한다.

연준의 경우 이러한 모델을 기반으로 임금 및 물가를 결정하는 행동, 유가 및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과거 및 예상 인플레이션 등을 통해 보완한다.

학계에서는 기존 모델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약 40년 동안 상당히 잘 작동했지만 이후로는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초 인플레이션을 경고한 몇 안 되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인 하버드 대학의 래리 서머스는 "경제학자들은 현시점에서 만족스러운 인플레이션 이론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참조 모델이었던) 필립스 곡선에는 큰 변칙이 있다. 그것은 일부 국가들이 왜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하는지, 1933년에서 1935년 미국의 물가수준이 왜 그렇게 빠르게 상승했는지 등은 설명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정부 및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학자들도 인플레이션의 방향을 맞추긴 했지만 대유행 이전 2% 수준이었던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갑자기 8.6%까지 치솟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UBS 경제분석가 앨런 데트마이스터는 올해 초 실제 GDP와 미 의회예산국의 잠재적 GDP 추정치에서 도출된 산출 격차가 일부 인플레이션 상승분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었으나 실업률에 관해선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는 근로자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일자리가 부족하고, 공급업체의 납품에 소요된 시간이 인플레이션 상승의 절반 정도를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 차질과 인력 부족이 인플레이션 상승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음을 나타낸다.

경제학자들은 자동차, 주택, 레스토랑, 에너지, 의료, 금융 등 부문에서의 공급을 탄력적인 것으로 봤다. 수요가 증가할 때 이 부문에서의 공급도 증가하고 가격은 다소 상승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의 공급은 동질적이지 않았다.

고용 측면에서부터 전자상거래와 같은 일부 산업은 고용이 쉬웠던 반면 양로원과 같은 다른 산업은 대량으로 인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은 슈퍼마켓에서 파는 식료품을 대체하지 못했고, 자동차와 주택 수요 증가는 생산량이 아닌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자들의 새로운 연구 모델이 등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소수의 개인을 제외하고 경제학자들은 지금까지 그들의 이론과 모델들이 고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어떻게 잘못 작동했었는지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현 상황의 인플레이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자들의 새로운 연구 모델이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2020년에 코로나19 대유행 관련 논문이 급증한 것에 비해 인플레이션 연구는 크게 늘지 않았다. 국가경제연구국에서의 연구 논문도 급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성향의 미국기업연구소 경제정책연구실장 마이클 스트레인은 기존의 모델을 무효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경험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UC 버클리의 경제학자 에미 나카무라와 존 스타인슨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지난 몇 차례의 미국 경기 회복 때보다 2021년 여름과 가을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이 상당히 크고 빠르게 나타났다"며 "이것은 앞으로의 연구에서 중요한 초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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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