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자는 3.2%만 동거…취업·학력도 영향
일자리 안정적일수록 부모 동거율 낮아져
"제약 없다면 부모로부터 독립할 가능성"
결혼을 하지 않은 19~49세 성인 3명 중 2명은 부모와 함께 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이거나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는 취업자일수록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이 적고, 반대로 여성이거나 4년제 대졸 미만 학력자, 미취업자의 경우 부모와 함께 사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최선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보건복지포럼 6월호에 게재한 '부모와의 동거 여부와 세대 간 자원 이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9~49세 비혼 성인 64.1%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조사된 '가족과 출산조사'의 전체 응답자인 19~49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부모와의 동거 실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만 19~49세 성인 중 29.9%는 부모와 함께 살지만 70.1%는 독립한 상태다. 기혼자의 동거율은 3.2%로 대부분 별도의 가정을 꾸렸지만 비혼자는 64.1%가 부모 모두 또는 부모 중 한 명과 함께 살고 있다.
전체 19~49세 응답자 중 부모와 동거하는 남성 비율(33.6%)은 여성(26%)보다 높다. 반면 비혼 인구로 한정하면 부모와 함께 사는 여성 비율(69%)이 남성(60.9%)보다 높았다.
학력과 취업 여부도 비혼 성인의 부모 동거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나타났다.
취업을 한 남성의 부모 동거 비율은 50.1%지만 취업을 하지 않은 경우 78%로 더 높게 나타났다. 4년제 이상 대졸자의 부모 동거 비율은 49.4%로 절반 이하였지만 4년제 미만 학력을 가진 경우는 66.3%였다. 여성도 비취업자의 부모 동거비율이 80%로 취업자(62%)보다 높았다. 4년제 대학 미만 학력자는 73.9%, 대졸 이상 학력자는 61.3%가 부모와 동거한다고 답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취업을 하면 직장 근처로 이사를 가게 되고, 소득으로 주거 독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와의 동거 비율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며 "(학력의 경우) 낮은 계층 지위가 미혼자들이 계속해서 부모와 함께 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결혼 전까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적 특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비혼 성인의 성별, 교육 수준, 취업 여부에 따른 부모동거율의 차이에는 경제적·사회문화적 제약에 따른 비자발적인 동거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비혼자의 취업 형태로 살펴보면 미취업 상태이거나 단시간 근로에 종사하는 경우는 부모 동거율이 높게 나타났다. 취업준비생이 82.5%로 가장 높고 학생 77.8%, 단시간근로자 및 무급가족종사자는 72.9%, 구직자 70.6%, 전일제 유급근로자는 51.9% 순으로 나타났다.
최 부연구위원은 "전일제 유급근로자로서 부모와 동거하지 않는 미혼자는 대부분 부모에게서 경제적으로 자립한 상태라고 이해할 수 있다"면서 "노동시장에 통합되지 못한 경제적인 비자립 상태가 부모와의 동거를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근 초혼 연령이 높아지고 비혼인구가 급증해 출산율이 떨어지는 추세를 고려해 비혼과 기혼의 성인기를 비교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최 부연구위원은 "비혼 인구의 부모 동거율이 높다는 것은 우리나라 비혼 인구가 적어도 주거 면에서 자립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남성이며, 대학 이상의 학력이고, 취업 중인 경우 상대적으로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이 낮게 나타난 점은 제약 조건이 없다면 부모로부터의 주거 독립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와의 동거가 지속되고 비동거 부모에게 계속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질이 아니라 제도와 정책의 문제 차원에서 더욱 심화된 연구를 통해 설명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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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