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두절 28일-수색 6일째, 가족 실종사건 장기화

완도 펜션 나선 뒤 28일째 행방 묘연
운영사업체 폐업 경제적 어려움 추정
경찰, 일가족 휴대전화 수신기록 조사

제주도로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했던 초등학생과 부부 일가족 3명이 전남 완도군의 펜션에 머무른 뒤 한 달 가까이 실종됐다.



경찰은 이들 가족이 사고를 당했거나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색하고 있다. 통신 두절 28일째이자 수색 엿새째인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어 실종 사건이 장기화할 우려가 나온다.

초등학생이 펜션에서 어머니의 등에 업혀 나와 차량에 탄 뒤 5시간여 만에 3명의 전화기가 차례로 꺼졌고, 차량 동선이 확인되지 않아 여러 의문과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일가족 목적지 오리무중

27일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완도에서 사라진 조유나(10)양과 부모 조모(36)·이모(34)씨에 대한 차량 행적과 이들의 통신·금융 내역 등을 실종 신고 당일부터 엿새째 살피고 있다.

조양의 어머니 이씨는 딸이 아프다며 결석한 지난달 17일 광주 서구 모 초등학교에 제주도 한 달살이(5월19일~6월15일)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했다.

이씨는 체험학습 신청 당일 일정과 달리 완도군 신지면의 펜션을 예약(5월 24일부터 묵는 일정)하고 비용을 계좌로 이체했다.

학교 측은 조양이 체험학습 기간 이후에도 등교하지 않자 지난 22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조양 가족이 광주 남구 백운동 자택에서 완도로 언제 출발을 했는지, 실제 제주도를 방문했는지 현재까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조양 가족이 제주 추자도를 거쳐 완도로 가는 배에 탑승했다는 제보를 받았지만, 시점이 지난달 초인 것으로 확인해 실종과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경찰은 조양 가족이 농촌 마을에서 살아보기 등 지자체 운영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종지 완도에서 동선은?

조양 가족은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완도 신지면 명사십리 한 해수욕장 주변 펜션에 숙박했다.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는 해당 숙소의 방이 없어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을 타고 지난달 29일 오후 2시께 강진 마량에서 완도 고금대교를 지났다.

조양 가족은 원래 묵었던 숙소로 돌아와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방을 예약했다. 이후 지난달 30일 오후 11시께 차를 타고 숙소를 빠져나갔다. 조양은 당시 팔을 축 늘어뜨리고 어머니 이씨의 등에 업혀 나왔다.

이들이 펜션을 나선 뒤 딸 조양의 휴대전화 전원이 지난달 31일 0시40분 꺼졌다. 어머니 이씨 전화도 같은 날 오전 1시 꺼졌다.

3시간 뒤인 오전 4시16분에 마지막으로 아버지 조씨의 휴대전화 기지국 신호가 송곡항 주변에서 끊겼다. 송곡항은 펜션에서 3.6㎞가량 떨어진 곳이다. 이후 이들의 휴대전화 사용 기록은 끊겼고, 추가 행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다양한 가능성 두고 수색 확대

경찰은 지난달 말 조씨가 운영하던 사업체를 폐업한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족이 한 달 가까이 실종된 점으로 미뤄 차량 사고 또는 강력사건, 극단적인 선택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을 확대하고 있다.

수색에는 경찰관과 기동대원 220여명, 해양 수색 인원 70여명, 수중 과학 수사관 10명, 무인 비행체(드론) 운영요원 6명 등 총 340여명이 투입 중이다. 헬기·경비정·연안구조정·수중 수색 영상 장비 등도 조씨의 마지막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송곡항 주변 바다 수색에 활용 중이다.

경찰과 해경은 가족 행적 수색 반경을 기존 송곡항·강독항·물하태 선착장 일대에서 신지면 전체로 넓힌다.

경찰은 또 이들의 휴대전화·은행·가택 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휴대전화 수신 기록 자료를 토대로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과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교외체험학습 7차례나 신청

실종된 조양과 부모는 학교에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가족 여행' 명목으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교외 체험 학습을 신청했다. 주말을 제외한 총 수업 일수 18일이 빠졌다.

조양은 올해 들어 1학기에만 교외 체험 학습(가정 학습 포함)을 총 7차례(수업일수 총 35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은 학생이 등교할 때 체험 보고서를 제출만 하면 휴일을 제외한 체험기간을 수업 일수로 인정한다.

학교 측은 관련 근거가 없어 체험기간 동안 학생의 상황, 위치, 체험계획 이행 내용 등을 파악하지 않는다. 교외 학습 제도가 한 달 넘게 수업 일수를 인정하면서도 신청·증빙 절차는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학부모·시민 "무사 귀환하길"

시민과 교사·학부모 모두 조양 가족의 무사 귀환을 바랐다. 조양이 다니는 학교 관계자는 "학생을 우선 빨리 찾는 게 급선무"라며 "신속한 발견을 위해 경찰 수사에도 충분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등생 자녀가 있는 배모(42)씨는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부모로서 안타깝다"며 "실종을 놓고 극단적 선택, 범죄 연루 등 여러 추측이 오가는 상황이지만 부디 아무 탈 없이 세 가족이 발견됐으면 한다"고 했다.

시민 한모(28)씨는 "일가족이 당초 체험학습지인 제주도 대신 완도에서 실종됐는지, 이들이 타고 사라진 차량이 어디 있는지 많은 의문점이 있는데 신속한 확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적극적인 행적 제보와 빠른 발견을 바라는 댓글이 게재됐다. '완도가 고향인 분들 수소문해서 찾아보자', '무사히 돌아오면 좋겠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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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