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르메이에르 흔들려 1000여명 대피…통제 해제

오전 10시24분에 '흔들린다' 신고 들어와
1000명 자력대피·4명 소방이 대피유도
"조사 결과 갈라짐 등 이상징후 없어"
옥상 설치된 냉각기 날개 일부 파손 영향
"건물 출입 재개…붕괴 등 위험 징후 없어"

 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20층짜리 고층 빌딩이 흔들려 건물이 통제된 지 약 3시간40분 만에 사용이 재개됐다. 건물 옥상에 있는 에어컨 냉각기 날개가 일부 파손되면서 진동으로 이어졌고, 건물 상의 위험 징후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서울 종로소방서는 이날 오전 10시24분께 르메이에르 빌딩이 5분 간 흔들린다는 신고를 접수해 출동했다.

이에 따라 건물 내부에 있던 약 1000명이 자력으로 대피했다. 사상자는 없으며 소방이 4명을 직접 대피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소방당국은 건물 출입을 전면 통제하는 한편 일대 출입 역시 일부 제한을 가했다.

이후 소방 당국은 종로구 등과 함께 원인 조사에 나섰는데, 건물 이상 징후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오후 2시10분께부터 르메이에르 건물 및 일대 출입은 통제를 해제했다.

정병익 종로구 도시관리국장은 "구조안전 전문가 4명과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건물붕괴나 크랙(갈라짐) 등 이상징후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 건물은 정기적으로 안전 진단을 받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추가 보완조치를 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건물 진동은 냉각기 날개 일부가 파손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르메이에르 건물 옥상에는 9개의 냉각기가 있다. 평상시에는 이중 6개가 가동되고 3개는 예비용으로 남겨두는데, 이날 기온이 오르면서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자 9개의 냉각기가 모두 돌아갔다.

그런데 이 중 한 냉각기의 날개가 일부 파손됐고, 날개의 균형이 맞지 않아 건물 전체에 진동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냉각기 날개 하나의 길이가 1.5m 정도라고 한다.

정 국장은 "르메이에르 빌딩이 철근 콘크리트이기 때문에 진동에 민감한 구조다"며 "아마 날개 일부가 약간 노후돼서 부서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해당 냉각기는 멈춘 상태고, 정상적인 나머지 8개는 안전진단업체에서 점검하면서 가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앞서 건물 진단 당시 소방 안전상의 이유로 도시가스를 및 전기를 차단했는데, 오후 2시께 이후로 원상태로 가동할 예정이다.




이날 건물 흔들림으로 갑작스럽게 뛰쳐나온 입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중층 주민들은 진동을 느낀 경우가 많았으나 저층 등은 안내방송을 듣고 대피한 경우가 많았다.

이날 오전 11시30분께 반려견을 안고 나온 주민 원승연(25)씨는 "비상 상황이라 대피해야 한다는 방송을 듣고 나왔다"며 "건물이 흔들리는 줄도 몰랐고 처음에는 소방 훈련인 줄 알고 나오지 않았는데, 나와보니 소방차가 깔려있었다"고 당황해했다.

오화자(80)씨는 오전 11시50분이 넘어서야 소방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건물 밖으로 나왔다. 오씨는 "내가 얼마 전에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데 방송이 계속 나왔다. 우리집이 16층인데 엘리베이터는 못 타고, 걸어내려갈 수가 없지 않느냐"며 "아들에게 전화했더니, 소방대원 분이 직접 나를 데리러왔다"고 전했다.

현재 르메이에르 빌딩에는 오피스텔 529세대, 상가 354세대로 총 883세대가 입주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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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