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정착촌서 불법 의료기관 운영한 50대, 집행유예

명의 빌려주고 돈 받은 의사·약사도 집행유예
"죄질 나쁘지만 실제 취득한 이득액 많지 않아"

한센인 정착촌 인접 약국과 병원의 운영이 어렵게 되자 의료생협을 설립해 불법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명의를 빌려주고 대가를 받은 의사와 약사에게도 유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상오)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53)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B(95)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C(55·여)씨에게 벌금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 선고했다.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설립하면 비의료인도 의료생협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A씨는 조합원 명의를 빌려 설립요건에 충족하는 외관을 만들고 자신의 아내를 의료생협 이사장으로 취임시켜 설립한 다음 자신이 직접 의료생협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병원 개설자가 사망하자 B씨가 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 명의를 계속 빌려주고 진료를 담당하면 그 대가로 매월 770만원 상당의 월급을 주고 A씨는 병원 운영 일체를 담당하기로 공모한 뒤 병원을 운영한 혐의도 받고있다.

2010년 10월부터 2020년 11월13일까지 A씨가 약국 운영 일체를 담당하면 피고인 C씨는 약국 개설명의를 제공하고 주 2회 출근해 미리 이 사건 병원이 자주 처방하는 약을 조제해주는 대가로 매월 350만원 상당의 월급을 받기로 공모하고 운영하는 등 혐의도 받았다.

A씨는 병원설립자가 사망하자 병원 운영을 위해, 약사면허 소지자인 C씨의 주거지가 약국과 멀어져 운영하기 어려워지자 각 범행을 공모했다. 한센병 보건요원 자격증을 가지고 있던 A씨는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병원 및 약국이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의사, 약사를 계속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과정에서 각 범행에 이르게 됐고 병원에서의 의료행위는 의사인 피고인 B씨가 했고 약국에서의 조제 등 행위는 약사인 피고인 C씨가 했고 환자들에 대한 의료행위 자체는 국민보건상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병원 및 약국은 한센인 정착촌에 서로 인접해 자리 잡고 있었고 주로 한센병 환자들이 이용했던 곳으로 보인다"며 "피고인 A씨의 범행 경위, 수법, 기간, 편취하거나 부정하게 교부받은 돈의 액수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편취하거나 부정하게 교부받은 돈의 일부는 이 사건 병원 및 약국의 운영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고 실제 취득한 이득액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C씨는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피해회복을 위해 7억5030만원을 지급한 점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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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