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성동구청 5급 공무원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구청 앞 광장에서 열린 행사에서 당시 현직 구의원 B씨를 끌어안고 귀에 입을 맞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최근 법원에서 강제추행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받았다.
#2. 경기 남양주시청 4급 공무원 C씨는 지난 2018년 지역주택조합 공동주택 건설사업과 관련해 건설업자에게 지구단위계획 변경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50여만원 상당의 호텔 스위트룸 숙박을 제공받았다.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는 지난 13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C씨가 제공받은 향응에 상당하는 254만원도 추징했다.
#3. 경기 포천시청 5급 공무원 D씨는 업무상 취득한 정보로 포천지역 전철역 예정지 인근 땅을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40억원에 사들였다가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부동산 몰수명령을 선고받았다. D씨는 지난 4월 항소심이 기각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포천시는 지난달 D씨를 파면 조치하고, 같은 포천시 공무원인 E씨에 대해서는 견책 처분을 내렸다.
#4. 인천시 모 구청 간부공무원 E씨는 지난해 5월 회식 후 택시 등에서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해 다치게 하고 여직원의 집 앞에 있던 남자친구까지 폭행해 구속 기소됐다. 법원은 지난 4월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E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공무원들의 각종 비위·범죄행위가 잇따르면서 공직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9일 지역 법조계와 경찰당국 등에 따르면 2015년을 기점으로 한해 100건을 넘어선 지방공무원 성범죄는 여전히 크게 줄지 않고 있고, 뇌물수수부터 업무상 취득정보 이용, 개인정보 유출, 횡령까지 범죄 대상 범위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좋아하던 여성을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다 성폭행하고 피해여성이 경찰에 신고하자 집까지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 사건에도 공무원의 개입이 있었다.
단돈 2만원에 피해여성의 집주소를 흥신소에 건넨 수원시 권선구청 공무원은 추가적인 개인정보 유출까지 확인돼 지난 5월 징역 5년에 벌금 80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은 피해를 회복할 방법이 없다.
물론 극소수의 비위·일탈 공무원 때문에 전체 공무원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 같은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법무부, 행정안전부, 국회 등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2016년 개정된 공무원 헌장에 담긴 투명성과 창의성, 전문성, 다양성, 민주성, 도덕성은 무엇이 다른 것보다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다.
다만 몇몇 공무원에게는 여기에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추가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간부공무원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과 만남을 피하는 것은 공무원들도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라며 “비위가 의심되거나 문제가 있어 보이는 일에 개인이 나서라는 것은 다소 무리이며 어려움이 많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또 “공무원들이 책임감이나 사명감보다는 먹고 사는 것을 더 의식하게 된 현재의 경제난 상황이 꼭 공무원들만의 잘못인지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법무대학원 이 모 교수는 "경제와 정치권, 사회가 안정되고 공무원들의 공익윤리 가치가 성숙해야 공무원 범죄가 줄어드는데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비해 공무원들이 급여가 현실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고 김영란법 등을 철저히 지켜야만 범죄 증가를 줄 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단국대 죽전캠퍼스 김 모 교수는 "공무원의 범죄 행위는 인허가권을 갖고 있어 항상 범죄 유혹을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며 " 공무원의 국가관과 공익윤리가치, 김영란법 등을 철저히 준수해야 범죄 증가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행정학회장을 역임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남궁 근 전 교수는 "공무원 범죄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선 정치적으로 안정된 싱가포르와 같은 강력한 처벌과 사전 예방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고 리콴유(이광요) 전 총리는 공무원 조직은 철저한 국가관과 우수한 인재를 선정해 교육, 신상필벌의 원칙을 철저히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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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