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논문 조작 논란…신약 개발 전략에 '불똥'?

치매 신약 개발사와 전문가 촉각
공고하던 아밀로이드 발병원인 가설 '흔들'
"아밀로이드와 치매 연관성 자체 부정할 순 없어"
"신약들은 'Aβ*42' 표적…논란이 된 'Aβ*56'과 달라"
"복합적인 작용기전을 고려한 신약 개발 필요"
"하반기 나올 임상결과 따라 '아밀' 입지 결정될 것"

 최근 알츠하이머 발병의 핵심 원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논문이 조작됐을 수 있다고 의혹이 제기되면서 치매 신약 개발사와 전문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제기된 의혹에 개연성이 있고, 아밀로이드 베타가 알츠하이머의 강력한 발병 원인이란 가설 역시 흔들리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아밀로이드 베타와 치매의 연관성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 크다. 또 이번 조작 논란에서 문제가 된 건 'Aβ*56'이지만 개발 중인 치매 신약들은 '42'를 표적하고 있어 연관성이 적다는 지적도 있었다.

앞서 지난 2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2006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살뱅 레스네 교수 등이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이 조작됐을 수 있다는 과학계 의견을 보도했다.

네이처에 발표됐던 2006년 논문은 쥐 실험 결과 'Aβ*56'(아밀로이드 베타 스타 56)이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하위 유형이 기억 상실 원인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이 논문은 당시 파장을 일으키며, 이상 단백질의 일종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 신경세포에 침착돼 알츠하이머를 일으킨다는 '아밀로이드 가설'의 논거를 제시했다. 현재까지 2300건 이상 인용돼 지금까지 출간된 알츠하이머 관련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됐다.

이 논문을 근간으로 제약기업들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치료법을 찾고자 달려왔다.

그러나 해당 논문이 알츠하이머 진행 과정에서 단백질 역할을 부풀리려고 이미지를 조작했고 이를 과학자들이 증언했다는 게 사이언스 보도의 내용이다. 네이처도 조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의혹 제기에 신빙성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밀로이드 베타와 치매의 연관성을 부정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치매 신약 개발사의 임원은 “2006년 논문에 대한 의혹 제기는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며 “그러나 아밀로이드 베타가 알츠하이머 치료의 요인이 아니라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며 아밀로이드가 알츠하이머의 원인일 수도, 결과 산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논문 하나로 아밀로이드 베타를 배제할 수 없고 가설이 무너질 정도도 아니다”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석승한 원광의대 산본병원 신경과 교수는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세포를 소멸시켜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킨다는 기전이 15년 이상 신뢰를 받아왔는데, 과연 믿을만한 발병 기전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생긴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아밀로이드는 분명 인지기능과 관련 있다고 생각되며 이를 밝혀낸 많은 연구가 이번 논란 하나로 부정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약들은 'Aβ*42' 표적…하반기 임상 결과에 따라 아밀로이드 입지 결정될 것"

이제 관심은 이번 논란이 개발 중인 치매 신약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쏠린다.

기존에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제거에 초점을 맞춘 신약들이 줄줄이 실패하며 아밀로이드 가설 회의론은 있었다. 또 아밀로이드 제거 작용기전으로 작년 FDA에서 승인받은 '아두카누맙'은 승인 이후에도 유효성 논란이 끊임없다.

같은 작용기전으로 개발 중인 릴리의 '도나네맙',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카네맙', 로슈의 '간테네루맙'은 올 하반기 임상의 주요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젬백스가 이번 논란과 자사의 후보물질 'GV1001'의 작용기전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밀로이드 베타 외에도 다양한 기전에 작용해, 아밀로이드 가설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아리바이오 역시 다중 기전의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고성호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의혹이 제기된 논문은 'Aβ*56'의 치매 치료 가능성을 밝히는 것이지만 개발 중인 글로벌 신약들은 56이 아닌 42를 타깃한다”며 “만약 42 관련 연구가 조작됐다면 신약 개발에 미치는 여파가 매우 크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 논문 하나로 신약 개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반기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도나네맙, 레카네맙의 연구 결과가 중요하다”며 “아밀로이드 가설은 계속 도전을 받고 있어서, 만일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아밀로이드 역할을 축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작용기전에 대한 복합적인 고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석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 외 다른 요인의 영향력이 더 클 수도 있다”며 “해당 기전을 가진 신약들이 실패한 것은 아밀로이드가 발병에 미치는 영향이 우리의 예측보다 적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개발사들도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매 신약 개발사 임원은 “아밀로이드를 줄인다고 치매 증상이 개선된다는 가설엔 물음표다”며 “아밀로이드 외에도 타우단백질이 꼬이지 않으면 치매가 안 생긴다는 가설, 면역세포와 관련된 신경염증 가설, 혈관 원인설 등 4~5개 가설이 있다. 이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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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