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화재…보험사, 제조사에 소송
1심 "'정상적 사용 상태' 전제돼야"
한 달 넘게 쉬지 않고 가동…원고 패
선풍기 화재로 재산상 손해를 입었더라도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았다면 제조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최성수 부장판사는 보험회사 A사가 선풍기 제조업체 B사 등을 상대로 낸 1억4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27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 보험가입자였던 C씨는 지난해 8월 B사가 제조한 선풍기를 구매해 사용했는데, 같은 해 10월 선풍기를 사용하던 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 소방 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모두 과부하 등 전기적 원인으로 인한 선풍기 손상을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A사는 같은 해 12월 C씨에게 손해배상금 가지급금 명목으로 5000만원을 지급했는데, 이후 "제품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해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며 B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최 부장판사는 제조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최 부장판사는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추정하며 제조사에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경우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가 전제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C씨 등은 선풍기 구매 후 화재 발생시까지 3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사건 장소에서 비트코인 채굴기와 선풍기를 24시간 가동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선풍기가 과열될 가능성이 있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선풍기에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다른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선풍기는 안전성·내구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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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