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한 뒤 추락케 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학생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에서 이 남학생은 범행 당시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지검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구미옥)는 9일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A(20대)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A씨에 대해 준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 죄명을 살인 혐의로 변경해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부장검사를 팀장으로 3개 검사실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전담수사팀은 보완수사 및 법리분석을 통해 피고인에게 성폭행 시도 중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담수사팀은 경찰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2회 사건현장 조사(그 중 1회는 법의학자 참여하에 실시), 추송된 부검감정 결과, 법의학 감정 결과, 폐쇄회로(CC) TV 및 휴대폰 동영상 음성파일에 대한 영상 및 음질개선 분석, 범행장소 출입자 전수조사 중 추가로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 등을 종합했다.
검찰은 A씨가 당시 의식이 전혀 없어 자기보호 능력이 완전히 결여된 상태의 피해자 B(20대·여)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추락시켜 사망하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범행현장은 지상으로부터 8m 높이로 창틀 끝이 외벽과 바로 이어져 있으며, 바닥이 아스팔트로 추락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구조다.
이를 두고 검찰은 A씨가 위험한 장소(범행 장소)에서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계속해서 범행을 저지르다 B씨를 사망케 한 점, 범행 직후 B씨에 대한 구호 행위가 전혀 없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행할 때 적용된다.
검찰에서 A씨는 “범행 상황과 관련 순간, 순간은 기억이 난다. 잠을 깨어보니 집이었다”며 “B씨가 추락했을 당시의 상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달 15일 새벽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인하대 캠퍼스에서 B(20대)씨를 성폭행한 뒤 단과대학 건물 3층 아래로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같은날 오전 3시49분 이 건물 1층 앞에서 머리 부위 등에 피를 흘린 채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호흡과 맥박이 약한 상태로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캠퍼스의 폐쇄회로(CC) TV 영상 등을 토대로 피해자 B씨의 동선을 파악한 뒤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A씨는 B씨가 3층에서 추락하자 옷가지 등을 다른 장소에 버린 뒤 자신의 자취방으로 달아났다.
탐문수사를 벌인 경찰은 자취방으로 찾아갔으며,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다가 범죄 혐의점을 확인한 뒤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A씨는 B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술을 함께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CCTV에는 A씨와 B씨가 오전 1시30분께 단과대학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두고 경찰은 B씨의 추락 추정시각을 오전 1시30분부터 B씨가 행인에 의해 발견된 3시49분 사이로 추정한 뒤 1시간 가량 방치된 것으로 보고 수사했다.
최근 A씨는 경찰에서 B씨가 건물에서 떨어져 숨졌다고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밀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장소인 단과대 건물 3층에서 A씨가 B씨를 고의로 떠밀었을 가능성도 수사했다.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수사요원들을 투입하고 해당 건물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술에 취한 여성이 3층 복도 창문에서 추락하는 상황을 실험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휴대전화에 저장된 동영상 파일 및 전후 상황을 종합해 검토한 결과, 동영상을 촬영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B씨의 신체 등이 전혀 촬영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했다. 해당 영상에는 A씨 등의 모습은 담겨있지 않았지만, 목소리 등은 녹음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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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