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원하며 몰래 화학재료 사용…1심 "정부에 9억 배상"

2008년 소실 후 복원 중 화학재료 사용
법원 "전통방식 아냐…재시공하는 손해"
"화학재료 필요성 언급" 손배 책임 80%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전통기법이 아닌 화학재료를 사용한 홍창원 단청장과 그 제자가 국가에 수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1심 재판부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부장판사 이민수)는 국가가 홍 단청장과 제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10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숭례문은 2008년 2월 방화로 인해 2층 주요 부재의 90%가 소실됐다. 문화재청은 2009년 12월 복구공사를 진행하면서 장인인 홍 단청장에게 공사를 맡겼다.

본격적인 복원 공사는 2012년 8월부터 약 6개월간 진행됐다. 2012년 9월 전통방식을 채택할 경우 아교가 굳는 문제로 채색에 시간이 소요되고 채색한 부분이 두꺼워져 탈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공사기간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홍 단청장은 전통기법대로 숭례문을 복구하기로 했지만 몰래 화학재료를 섞어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술자들도 홍 단청장이 제조한 혼합 재료로 단청을 복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구공사가 끝난 지 불과 한달이 지난 2013년 3월부터 숭례문에는 단청 박락 등 하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채 같은해 5월 숭례문을 대중에게 다시 공개했다.

이후 홍 단청장이 전통방식이 아닌 방법으로 숭례문을 복원한 것은 감사원 감사와 수사기관 수사를 통해 파악됐고, 이에 국가는 홍 단청장 등에게 11억8000여만원을 청구하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홍 단청장 등은 변론 과정에서 화학재료 사용으로 인해 단청 박락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홍 단청장 등이 몰래 화학재료를 사용해 문화재청의 기본 방식인 전통방식으로의 복원 원칙을 어겨 국가에게 재공사 비용 약 11억8000여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숭례문이 가지는 가치를 고양하고 국민의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해 전통기법대로 복원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화학재료를 혼합해 시공된 단청은 이 관점에서 가치가 없고 재시공을 해야한다"고 봤다.

다만 전통재료로 시공된 것으로 보이는 구간에서도 단청의 박락이 발생했고, 홍 단청장은 관련 회의에서 화학재료 사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80%(9억4000여만원)로 제한했다.

홍 단청장은 전통재료만 사용해 단청을 복구해본 경험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자격을 박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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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