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교수 61% "논문 자체검증 반대"
'회의록 공개 요청'도 과반 이상이 반대
"모두에게 재조사 뜻 없는 것처럼 전달"
"투표 도중 메일 발송, 영향 클 것" 예상
"결론이 또 다른 문제 '외부 간섭' 야기"
국민대 교수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교수회 차원에서 검증하지 않기로 결정한 가운데 안팎으로 잡음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투표 과정부터 결론에 이르기까지 전체 교수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22일 국민대 교수회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교수회 전체 회원 406명 가운데 314명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 결과 '교수회가 자체적으로 김건희씨 박사학위논문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가 193명(61.5%)으로 찬성 121명(38.5%)보다 높았다.
복수의 안건 중 '익명화를 전제로 김 여사의 박사학위논문 재조사위원회 판정 결과보고서와 회의록 공개를 학교 측에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찬성이 152명(48.4%), 반대가 162명(51.6%)으로 나타났다.
앞서 홍성걸 교수회장은 지난 19일 오후 투표 결과를 공개하면서 "우리의 결정이 어느 방향이라도 그것은 우리 교수회의 집단 지성의 결과"라며 "이번 안건에 대해 찬성하신 분들이나 반대하신 분들이나 모두 우리 국민대의 명예를 존중하고 학문적 양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 발표가 일부 교수들의 의견을 상당 부분 왜곡했다는 의견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나아가 투표 과정에서 학교와 교수들의 명예가 오히려 실추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대 A교수는 "우려를 보내고 책임감을 느끼는 교수들 의견은 수렴하지 않고 마치 전체 교수들에게 전혀 재조사할 뜻이 없는 것처럼 전달했다"며 "교수회가 교수들과 국민대의 명예를 실추하는 결과를 또 한번 초래했다"고 말했다.
투표 기간 교무위원들이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발송한 메일이 투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석환 교학부총장은 투표 기간 교수들에게 메일을 보내 "애초부터 무효인 투표의 결과를 가지고 여론 재판을 주도해 가겠다는 것은 정치의 한복판에 학교를 빠뜨려 존립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고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홍재 총장도 교수들에게 "(논문을 검증한) 연구윤리위원회 활동은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됐다"며 내용을 존중해달라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A교수는 "투표 과정에서는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무시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메일이 한통만 온 게 아니고 여러 통이 왔다. 사안에 대해 비판적인 분들도 '악법도 법'이라며 설득 당했을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사태가 창피하기도 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법적으로 어떻게 하겠냐' 이런 분들도 있을 수 있다"며 "'김건희씨 하나 뿐이겠어'부터 해서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 생각보다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상당 수의 목소리가 사표로써 사장될 우려가 있는 단답형 투표 문항 구성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대 동문 비대위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고 "이제는 되돌릴 가능성이 희박해진 학교측의 최종 판단에 대해서 통과 가능성이 적은 찬반 항목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교수회 차원에서의 대응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결론이 사태에 대한 마무리 수순이 아닌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국민대 B교수는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외부의 간섭과 통제를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문제를 마무리짓기 보다는 새로운 문제가 시작되는 자충수를 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외부에서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13개 교수단체들이 국민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대는 지난 1일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재조사 결과 박사학위 논문을 포함한 3편은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학술논문 1편은 "검증 불가"라고 판단했다.
이 발표 이후 교수회는 임시총회를 열고 교수회 차원의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논의에선 재검증위원회가 근거로 제시한 표절률이 주관적 판단이라 공감하기 어렵다거나, 학교 측이 재검증위원회 회의록과 최종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수회가 자체적으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논문 표절 여부를 가리자는 의견도 참석자 대다수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시 회의에 참석한 교수의 수(150명)가 의사정족수(204명)에 미치지 못해 추후 대응 방안은 전체 교수회원 투표에 맡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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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