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간호사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간호 업무환경 개선과 간호사 업무범위·처우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 등을 통한 종합적인 간호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간호사 적정수급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오랜시간 간호인력 문제는 의료기관 내 간호인력 부족으로 노동강도가 높고, 높은 노동강도는 간호인력 이직률을 높이는 등 꼬리에 꼬리는 무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면서 “의료기관 내 간호 업무환경 개선과 함께 간호인력을 늘리도록 지원하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간호관리료(간호수가) 독립과 공공정책부분 간호수가 마련 등으로 간호인력 임금을 높이고, 건강보험수가 차감을 통해 의료기관들이 간호인력 법적 배치기준을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간호통계연보에 따르면 인구 1천명당 간호사 수는 광주시가 6.1명인 반면 충남은 2.8명으로 약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전국 평균보다 낮은 지역 역시 2011년 7개 시·도에서 2020년 8개 시·도(세종 제외)로 늘어났다. 지방 의료기관, 중소병원 등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간호사들이 법으로 정해진 환자 수의 2∼3배를 담당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해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간호사 수급 불균형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은 “공공병원을 간호사 교육수련기관으로 활용하는 등 민간을 선도할 수 있는 공공병원 표준운영지침 등이 마련된다면 지역에서 간호사를 충원할 수 있는 방안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공중보건 장학생제도나 지역 간호사제 확대 등도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기획실장은 “정부는 간호사 적정 수급을 의료기관이나 간호대학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유휴간호사 재취업 지원, 의료취약지 간호사 인건비 지원, 야간간호료 지원, 교육전담간호사 지원 등 간호인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 정부의 간호 업무환경 개선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나 고려대 구로병원 간호팀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서 기대하는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 1999년 이후 변하지 않는 간호관리료 간호등급 조정이 필수적”이라면서 “간호법 제정과 같은 법적 기준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화 연세대 간호대학 교수는 “간호학사 편입정책 개선은 간호학과 정원을 확대하지 않고도 간호사 수급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간호사 확보 기간을 단축하고, 간호학과와 다른 전공 기반을 결합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어 간호사 수급의 양적·질적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양정석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간호인력 확충을 위해 교육부와 함께 간호학과의 편입 범위를 늘리는 방안을 협의 중이고, 지방의 경우 인증평가 수준이 높은 의료기관에 실습생을 배치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면서 “간호인력 근무여건 개선은 배치기준이 필수불가결하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점차 확대해 간호등급제 시행보다 인력수준이 높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찾은 여야 의원들도 간호사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간호정책 수립해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에서 배출된 간호사들이 지역의 병원이나 의료원 등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연숙 의원도 “간호사 부족은 현장 간호사의 높은 업무 강도로 이어지고, 이직률 증가와 숙련 간호사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고 간호사 수급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국가의 큰 과제”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명수 의원은 “국회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면서 “여야가 함께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간호사의 양적 증가와 함께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과 같은 질적 문제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간호사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결돼야 공공·필수보건의료의 보편적인 보장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