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일 국무회의서 2023년도 정부 예산안 확정
본예산 대비 5.2% ↑…13년 만에 총지출 대비 감액
국가채무비율 50% 이하·관리재정수지 -2.6%로 '뚝'
"복합 경제위기 직면…건전성 최후 보루이자 안전판"
역대급 24조 지출조정에도 국정과제 11조 우선 반영
생계급여 최대 월 162만원 등 서민·취약층 지원 확대
"건전재정·역대급 지출조정에도 복지·안전망에 중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나라살림 규모가 올해보다 5.2% 늘어난 639조원 규모로 짜여졌다. 전년도 본예산 대비 6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자 증액(31조3000억원) 규모만 놓고 봐도 5년 만에 가장 작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총지출(679조5000억원) 보다 감액한 것으로 정부가 내년 지출 예산안을 전년도 총지출보다 줄여 편성하는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이어오던 확장재정 기조로 급격히 불어난 나랏빚을 줄이고, 건전재정으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서민 지원과 미래 먹거리 투자에 집중했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639조원 규모의 '2023년 예산안'을 심의해 확정했다. 예산안은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6년 만에 가장 낮은 5.2% 증가율…건전재정 기틀 확립 원년
새 정부가 편성하는 첫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 607조7000억원보다 5.2% 늘어난 규모다. 지난 5년간 본예산 기준 연 평균 8.7%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해인 2017년(3.7%) 이후 가장 낮다.
본예산 대비 31조3000억원이 증액된 규모지만 지난 5년간 평균 41조4000억원가량 증액했던 것을 감안하면 새 정부의 재정건전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올해 총지출 대비로는 오히려 6% 감액 편성한 것으로, 정부의 예산안이 전년도 총지출보다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내년에도 총지출 규모(639조원)가 총수입(625조9000억원)을 넘어서면서 4년 연속 적자 예산안을 편성하게 됐다. 국가채무는 1100조원(1134조8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지만 가파른 상승세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올해 하락 반등해 50%를 기록한 만큼 내년에는 이보다 낮은 49.8%를 기록 할 것으로 예측됐다.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 규모도 올해 2차 추경(-70조4000억원)보다 크게 개선된 13조1000억원으로 전망된다.
특히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58조2000억원으로 올해 2차 추경(-110조8000억원)보다 대폭 줄어든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5.1%에서 –2.6%로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정부는 임기 동안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엄격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2026년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 중반대, 국가채무비율은 50% 중반 이내로 관리하기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물가 속에서 경기둔화 우려와 금융·외환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러한 불확실성 하에서 우리 경제 최후의 보루이자 안전판인 재정의 건전성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역대급 지출 구조조정…가용 재원 마땅치 않지만 국정과제 先반영
올해 본예산 대비 31조3000억원이 증액됐지만 지방교부금과 교육재정교부금으로 22조5000억원 상당을 지방 정부에 내려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실제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증액 재원은 9조원 수준이다.
정부는 총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가용한 재원을 최대한 마련하기 위해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도 높은 지출 재구조화를 단행했다.
예산안을 편성할 때 통상 재량지출 중심으로 10조원 안팎을 구조조정하는데 이번에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24조원 수준이다.
정부가 직접 주도하던 일자리와 창업 지원 사업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고, 산업·디지털 인프라 지원 사업도 민간주도로 개편한다.
재정이 투입되는 246개 행정위원회 중 성과가 미흡한 81개는 통폐합한다. 공무원 보수도 5급 이하는 인상률(1.7%)을 최소화하고, 4급 이상은 동결, 장·차관급은 10%를 반납해 공공부문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맨다.
그러면서도 새 정부가 내세운 핵심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투자계획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내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209조원의 재정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선 내년 예산안에 11조원을 반영했다. 병 봉급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205만원까지 인상하기 위해 내년에 1조원을 투입, 130만원으로 인상한다.
0~1세 아동 양육가구에 월 70만원 부모급여를 신설하는데 1조3000억원,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청년원가주택+역세권첫집' 5만4000가구 공급에 1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코로나19로 큰 빚을 진 소상공인 채무조정을 위해 3000억원,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돌봄 확대에 3000억원을 반영했다.
김완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11조원은 첫 해에 사업 설계를 위한 자본투자로, 단계적 인상이라 소요가 적다"며 "2027년까지 계속 이행하기 위해서는 2024년에 신규 사업이 들어올 수 있고 2025년에 본격적으로 투자될 수 있어 뒤로 갈수록 투자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계급여 최대폭 인상 등 취약층 지원 확대…반도체·원전 미래 먹거리 투자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서민·사회적 약자보호 확대 ▲민간주도 역동적 경제 뒷받침 ▲국민안전·글로벌 중추국가 역할 강화 등 3가지 방향에 역점을 두고 편성했다.
서민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2015년 기준중위소득 도입 이후 역대 최대 폭인 5.47%를 인상해 생계급여 최대지급액을 월 154만원에서 162만원으로 늘리는 등 기초생활보장지원에 2조4000억원을 증액한다.
사회보험료 지원기준 최저임금도 120%에서 130%로 확대해 27만8000명을 추가지원하고, 주거급여 선정 기준도 확대해 3만4000가구를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
장애인, 노인, 한부모가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도 3조4000억원 늘렸다. 장애수당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4만원에서 6만원으로 50% 인상한다. 발달장애인 주간 돌봄은 하루 8시간, 최대 월 154시간으로 늘리기로 했다. 장애인 콜택시 운영비 지원과 저상버스 확충, 중증장애인 출퇴근비용 지급 등 이동권 보장을 위한 예산도 반영했다.
노인 기초연금은 32만2000원으로 인상하고, 시설보호 종료 청년 자립수당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늘린다. 한부모가정 지원대상도 기존 중위소득 52%에서 60%로 확대한다.
반지하나 쪽방 등 취약주거지 거주자 1만5000가구에 보증금 무이자 대출 신설하고, 민간임대로 이주하면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지속적인 고물가 상황에 대응해 에너지바우처 지원액을 연간 12만7000원에서 18만5000원으로 40% 넘게 인상한다.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규모도 590억원에서 1690억원으로 대폭 확대한다.
미래 투자를 위해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에 1조원을 투자한다. 원전 산업생태계 회복을 위해 소형모듈원자로, 원전 해체 등과 관련한 핵심 기술개발, 방폐장 건설, 전문인력 양성 등에 7000억원을 지원한다.
반도체, 원전, 양자, 우주, 첨단바이오 등 미래 핵심전략 기술에 4조9000억원을 집중 배정하고, 저탄소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배출권 할당기업과 친환경 설비 투자 등 녹색경제 기반구축에 3조4000억원을 편성했다.
건설 중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는 적기 완공과 신규노선 검토에 6730억원을 투자한다. 도심항공교통 개인형 이동수단 등 미래교통수단의 조기 상용화도 지원한다.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심도 빗물 저류터널 3개를 설치하는데 9000억원, 신속한 복구를 위한 재난대책비로 1500억원을 반영했다. 산불긴급구조에 활용도 높은 대형헬기 2대를 비롯한 헬기 8대도 도입한다.
탄도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고도화에 4500억원을 증액하고, 소대장 활동비를 병사 1인당 6만원으로, 주택수당은 월 16만원으로 인상해 군 간부 처우도 개선한다. 국가유공자 보훈급여도 2008년 이후 최대인 5.5% 인상한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힘든 게 서민 취약계층이다.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하면서도 미래 세대를 위한 지원도 필요하고, 국민 안전의 중추적 역할 강화도 중요하다"면서 "역대 최대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에 역점을 두면서도 서민·취약계층 안전망 복지에 중점 투자했다. 취약계층 지원 부분만 놓고 보면 두 자릿수 증가율(12%)"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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