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美 전략자산 전개 압도적 대응…한국 '관여' 진전

美, 韓과 전략자산 운용 공조 강화 진전
구체적 절차·내용 합의 없어 한계 지적도

한미가 4년 8개월 만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 기조를 확인하고, 미국의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 원칙에도 합의했다. 특히 미국이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한다고 밝혀 미국 전략자산의 배치·운용 판단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당국자도 이와 관련, "우리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논의를 개시했고 진전을 보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전략자산 운영방식 등 한미 대응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효성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발표한 EDSCG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한미는 "EDSCG 대표단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52 전략폭격기 시찰이 동맹의 억제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며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또 양국은 새로운 핵무력 정책 법령 채택을 포함한 북한 핵 위협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동맹의 억제태세 강화를 위해 양국 국력의 모든 요소를 사용하는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번 성명에선 한반도에 배치할 전략자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7월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과 곧 있을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역내 전개가 이러한 미국의 공약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내용으로 갈음했다.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은 주 후반 부산에 기항해 한국 동해 작전구역(KTO)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한다. 이번 EDSCG에서 미 전략자산을 동원한 확장억제 강화에 합의한 후 이를 이행하는 첫 번째 조치다.

확장억제는 동맹국이 적대국의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EDSCG는 미국과 한국의 외교·국방 당국이 '2+2' 형태로 확장억제의 실효적 운용 방안을 논의하는 차관급 협의체다.

특히 이번 회담은 북한이 선제 핵 공격 카드로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 열려 논의가 얼마나 구체화할지 관심이 쏠렸다.

결과적으로 전략자산 운용 공조를 강화하는 등 진전된 측면이 있다는 평가다. 미국은 3차 회의 후에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한다'고 표현했다. 미국 전략자산의 배치·운용 판단 과정에서 미국 일방의 결정이 아니라 한·미 간 정책 조율의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 당국자는 전략자산 운용의 한국 개입 부분과 관련해 "공동 기획이나 위기 협의 등과 관련된 내용으로 우리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논의를 개시했고 진전을 보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자산의 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자산을 어떻게 추가 배치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상황에 따라 (어떤) 전략자산 배치를 정례화하고 적시적으로 할 것인지 논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다만 장거리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항공모함 등 전략무기의 운용방식을 명시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전략자산 활용 결정에 대한 한국의 관여도 아직은 우리 정부의 희망에 불과하며 전략자산을 정례적이나 추가로 배치한다든지 등의 확장억제를 실행하는 구체적인 절차, 내용에 대한 양국 합의는 이번에도 없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지난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새로운 핵무력정책 법령을 채택해 핵무기 사용 조건 5가지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와 작전상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핵 선제공격까지 정당화했지만 이에 대한 한미의 대응은 전혀 구체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이 무엇인지 전혀 밝히지 못했다"며 "문맥상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이 핵무기 사용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명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정 센터장은 또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로 미국이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겠느냐"며 "미국이 본토를 공격받을 위협까지 감수하면서 한국을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희망적인 사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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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