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데이터바우처' 사업 구멍…10억 규모 공문서위조·배임 발생

與 윤두현, 국감서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지적
비위 인지에도 내부감사 없이 피해업체만 고소
계약 해왔던 피해업체들, '무효 계약' 인지 못해
법인카드 무단사용 발각…감사·징계 전혀 없어
비상임이사 변호사行…수임계약에 구두 자문만
잇단 지적에도 '솜방망이 징계'…"예산 조정해야"

문재인 정부 디지털뉴딜의 한 축인 '데이터바우처 사업'에서 10억원 규모의 공문서위조 및 업무상 배임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 사업을 관리하는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진흥원)의 관리와 비위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퇴사한 것으로 알려진 사업 담당자 김모씨가 10억원 규모의 공문서위조 및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데이터바우처 사업에서 약 5억5000만원, 데이터 스토어 사업에서 약 4억5000만원 등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9년 시행된 데이터바우처 사업은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 등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4년간 방송통신발전기금 4135억원이 투입됐다. 올해에는 진흥원 전체 예산 1428억원 중 가장 많은 1241억원(87%)이 투입된 사업이다.


◆내부감사 없이 피해 업체 3곳 고소…무효 계약 인지 못한 업체들

진흥원은 비위를 인지한 후에도 내부감사를 거치지 않고 사업 용역·물품 대금을 지급받지 않았다고 신고한 피해 업체 3곳을 고소했다.

진흥원은 앞서 지난 1월20일 데이터 스토어 용역기업 A사가 사업 용역 대금 4억5000만원을 받지 못했다고 신고하면서 사업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 5일 뒤에는 공급사인 B사가 사업 대금 2억1000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지급을 요청했다.

이에 진흥원은 내부감사 없이 단순 조사와 A사의 주장만을 토대로 7일 만인 1월27일 공문서 위조·행사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A사 퇴사 직원을 방배경찰서에 고소했다. 첫 고소 이후인 2월3일 C사에서도 용역·물품 대금 3억3500만원을 받지 못했다고 신고하자, 진흥원은 추가로 B·C사 퇴사 직원을 비위 혐의로 고소했다.

대부분 공공기관들은 비위 사건 발생 시 감사실에서 내부 감사한 뒤 관련자를 징계·고소한다. 그러나 진흥원은 감사 없이 피해자 주장만을 듣고 피해자를 고소했다는 게 윤 의원의 설명이다.

피해 기업들이 진흥원과 수차례 계약을 맺었던 업체라는 점도 수상한 대목이다. 앞서 여러 차례 계약을 맺었던 만큼 김씨와의 계약이 잘못됐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는 것이다.

A사는 앞서 데이터 스토어 운영·유지관리 사업으로 진흥원과 네 차례 총 4억2000만원을 계약했다. 데이터 공급사인 B사는 68건(14억3000만원 규모)의 데이터를 제공했다. C사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등 2800만원 규모의 물품을 공급·임대해 왔다.

A사는 지난 5월12일, C사는 9월14일 각각 진흥원을 상대로 미지급금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14억3000만원 규모의 바우처 실적이 있는 B사는 사업 선정 시 진흥원-공급사-수요사 삼자 협약, 대금 지급 방식을 잘 알고 있음에도 해당 비위사건에서 협약을 맺지 않고 대금을 지급해달라고 청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진흥원은 구두 법률 자문을 근거로 '무고'가 우려된다며 3곳을 맞고소하지 않았다.


◆'법인카드 무단사용' 징계 없어…비상임이사가 법률대리인으로

이와 함께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노트북·컴퓨터·프린터 임대 명목으로 법인카드를 다섯 차례에 걸쳐 2700만원 규모로 무단 사용한 사실이 발각됐다. 특히 지출결의는 결제일로부터 다음 해에야 기안됐는데도, 진흥원은 아직 감사와 관련자 징계를 하지 않았다.

진흥원 내부규정에 따르면 카드 사용 후 5일 이내에 기본결제문서 사본, 지출결의서, 카드매출전표 등을 첨부하고, 회계부서에서 이를 검토한 뒤 대금 결제를 해야 한다. 감사실은 6개월에 1회 이상 이용 실태를 자체 감사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가 모두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해당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지난 2018년 말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진흥원의 비상임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드러났다. 비상임이사에서 물러난 뒤에는 지난 1월24일 수의계약 없이 총 2650만원의 수임계약을 체결했다. 자문은 구두로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문제는 과거 진흥원 내부감사와 과기부 감사에서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9년 과기부 감사에서 진흥원이 일반경쟁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존에 활용하던 회계법인을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 정산업체로 선정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과기부는 정산업체를 임의로 선정했다고 보고 '경고' 처분했다.

다른 과기부 감사에서도 '용역계약 특혜', '수의계약 부적정', 내부감사에서 '용역사업 검사 업무 처리 및 대금 지급 관리 미흡' 등의 지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윤 의원은 "진흥원 업무가 총체적 부실"이라며 "공공기관임을 망각하고 정부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진흥원에 대한 과기부 감사와 퍼주기 사업으로 전락한 데이터바우처 사업의 예산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부 / 한지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