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평택 제빵 공장 사고' 최대 쟁점된 2인 1조 논란

고용부 "내규 있으면 중대재해법 위반 소지 있어"…경위 파악 중
SPL 공장 내규엔 '2인 1조' 아닌 '2명' 근무로 표기돼
SPC 측 "통상 라인당 2명씩 근무…모든 작업 2명 함께 하는 것 아냐"

SPC그룹 계열의 경기 평택 소재 에스피엘(SPL)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해당 사업장에서 2인 1조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는 지, 또 제대로 지켜졌는 지 등의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6시20분께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A씨가 소스 배합기 기계에 몸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배합기에 몸이 낀 A씨를 동료 직원이 발견,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SPL 지회장은 "평상시보다 물량이 많이 들어와 작업량이 밀린 상황에서 A씨는 성인 남성이 혼자 들기 힘든 10~20㎏의 소스통을 혼자 붓다가 무게 중심을 잃고 기계에 빨려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다만 SPL 근무 매뉴얼에는 한번에 20㎏ 원료를 투입하지 않고 삼등분으로 나눠 투입토록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2인 1조로 근무했던 작업자는 다른 위치에 있었다. SPL 측은 노동청 조사에서 "숨진 A씨가 함께 작업을 하는 동료에게 해당 작업을 혼자 하겠다고 말한 뒤 빈 박스 정리 등 다른 일을 부탁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인 1조의 근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문제 제기가 노동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는 2인 1조 작업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안전 조치로 규정돼 있지 않아 법 위반은 아니지만 SPL에서 해당 작업을 2인 1조로 규정해 놓았을 경우 중대재해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이다.

내부 지침으로 2인 1조 작업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면 A씨가 했던 작업이 위험한 작업이라는 판단을 회사 차원에서 내렸다고 볼 수 있고,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용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해당 사업장의 내부 지침을 확인해 2인 1조 작업이 규정돼 있는지, 관련 규정이 있음에도 이것이 지켜지지 않은 경위가 무엇인지 확인한 뒤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신속 입건한다는 계획이다.

SPC그룹은 사고가 발생한 공장 라인에는 통상 2명씩 근무를 하고 있지만 모든 작업을 2명이 함께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2인 1조란 문구는 공정 전반 자체에 대한 2인 1조를 뜻하며 기계 옆에 반드시 2명이 붙어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라는 취지다. SPL 내규에는 '2인 1조'라는 표현 대신 '2명' 근무로 표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 관계자는 "무거운 원료 등을 나를 때는 2명이 협력할 수 있지만 반드시 2명이 함께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소스 배합기 기계에 재료를 넣는 과정 등 반드시 2명이 해야 하는 작업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또 "A씨도 2인 1조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A씨의 요청으로 동료 직원이 다른 작업을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해당 라인에는 2명씩 근무하고 있으며 적절하게 업무를 나눠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SPC그룹은 A씨가 숨진 이후 사고 현장 옆에서 제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SPC그룹은 "사고 당시 목격한 직원들은 즉시 업무를 중단 시켰다"며 "인근 생산라인도 현재 모두 중단한 후 150여명의 직원들은 유급 휴가를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평택에 위치한 사고 직원 빈소를 직접 조문해 유가족에게 사과한 뒤 17일 본인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내고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강동석 SPL 대표를 오는 24일 국감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 사건에 대한 경위를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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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오산 / 유명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