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 '난제'…금리인상 효과 시차에 "고통만 주고 끝나나"

IMF "금리인상, 인플레 최대 영향 3~4년 걸려"
시차에 섣부른 방향 전환할까 우려…"난제"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며 오히려 금리 인상으로 인한 고통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WSJ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올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는 시차가 함께 작동한다며 지금까지의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에 최대 영향을 미치려면 3~4년이 걸린다고 분석하고 있다.

IMF는 이달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금리 변화가 물가상승률에 최대 영향을 미치기 위해선 3~4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IMF는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1980년대 초반 기준금리를 무려 20% 끌어올리자 즉각적으로 경기 침체에 빠졌지만 인플레이션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떨어지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고 썼다.

체코은행의 토마스 하브라넥 등도 지난 2013년 수십개 논문을 검토한 결과 선진국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대 영향이 2~4년이 걸린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금리 인상이 여러 단계에 걸쳐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지만 기업들이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인력을 줄이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일부 소비자들도 계획된 소비를 지속하며 영향이 지연될 수 있다.

문제는 중앙은행들이 긴축 정도가 충분한지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워 섣불리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물가상승률을 목표치로 낮추기 몇 달 전, 몇 년 전에 사람들이 실직하는 등 경제 침체 국면에 정책입안자들은 금리를 빨리 인하하라는 압력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IMF도 이달 보고서에서 중앙은행들이 섣불리 방향을 전환해 물가 하락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채 금리 인상의 고통만 전달하는 것을 경고했다.

연준 출신인 브랜다이스 국제경영대학원 스티븐 세체티 교수는 "현재 가장 큰 위험은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중앙은행들이 결의를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필요 이상으로 너무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경우에도 심각한 경기침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IMF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들에게 시차가 난제를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 영향이 나타나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시차가) 훨씬 짧아졌고 아마 올해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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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