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8촌 이내 결혼 금지' 합헌...美英日은 4촌도 허용인데 韓풍속은 달라

'8촌 이내 근친혼' 혼인무효 헌법불합치
2024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결혼을 금지하는 현행 민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다만 이를 혼인 무효 사유로 정한 현행 민법은 2024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되고, 그 사이 국회는 이를 개정해야 한다.



헌재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A씨가 민법 제809조 1항에 대해 낸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함께 청구된 민법 제815조 2호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다만 민법 제815조 2호는 바로 위헌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2024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법이 개정될 때까지만 계속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A씨와 B씨는 2016년 5월4일 혼인신고했다. B씨는 같은해 8월 A씨와 6촌 사이라며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혼소송 1심은 혼인이 무효라고 결정했다.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A씨가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과 항소를 모두 기각하자 A씨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민법 제809호 1항은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는 혼인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법 제815조 2호는 8촌 이내의 근친혼을 혼인 무효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우선 8촌 이내 근친혼 금지 조항에 대해 "혈족 사이 상호 관계의 법률상의 혼인을 금지하는 것은 근친혼의 발생을 억제하는 데 기여하므로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8촌 이내 근친혼 금지 조항은 근친혼으로 인해 가까운 혈족 사이의 상호 관계 및 역할, 지위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금지되는 근친혼의 범위가 좁은 국가와 비교하는 것은 역사·종교·문화적 배경이 달라 어렵다고 판단했다. 8촌 이내 상대방과 결혼을 제한해도 여전히 배우자 선택 폭은 넓은 반면 가족질서 보호라는 공익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8촌 이내 근친혼 금지 조항 합헌에 대해 "친족의 범위와 상관 없이 혼인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금혼의 범위를 정했어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유전학적 연구결과에 의해도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 혼인이 일률적으로 그 자녀나 후손에게 유전적으로 유해한지에 대한 과학적인 증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8촌 이내 근친혼을 무효라고 정한 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들 모두 헌법불합치라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헌법불합치를 선고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우선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이미선 재판관은 "혼인당사자가 서로 8촌 이내의 혈족임을 사후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일률적으로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당사자나 자녀들에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8촌 이내의 근친혼 금지 조항을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기했기 때문에 이 조항도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 재판관 등은 근친혼을 어떠한 예외도 없이 처음부터 무효라고 보는 것에 위헌성이 있다고 봤고, 유 재판관 등은 혼인이 무효가 되는 근친혼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헌재는 이 사건의 심리를 위해 지난 2020년 11월12일 공개변론도 진행했다. 당시 근친혼 금지와 혼인무효 조항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는지가 다투어졌다.

A씨 측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외국은 4촌 이상의 방계혈족간 혼인을 허용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금지 범위는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비록 오늘날 핵가족이 늘었지만 여전히 혈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의식과 혼인 풍속이 자리 잡고 있으며, 혼인의 자유가 이러한 질서 유지에 따른 공익보다 우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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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