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에 美 기업 줄줄이 타격…비용 절감 나서

글로벌 수요 위축 및 미중 갈등에 "반도체 불황"
인텔 등 "생산 언제 늘려야 하나" 복잡해진 셈법

반도체 산업이 세계적인 수요 위축, 미·중 갈등으로 불황을 겪으면서 미국 반도체기업들이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불황은 잇달아 발표되는 기업들의 실적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은 이날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고 밝혔으며 오는 2025년까지 최대 100억달러(약 14조2200억원)의 비용 절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SK하이닉스는 전날 3분기 매출과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7%, 60%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감산과 투자 축소에 들어가기로 했다.

수개월 전에는 미국에서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업체에 520억달러 규모의 보조금 등 혜택을 주는 '반도체지원법'이 발효됐고, 반도체 수요도 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인텔, 마이크론테크놀러지,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등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수요 증가, 보조금 지급을 기대하며 미국 내 제조 대규모 확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며 업계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이들 기업의 과감한 투자 계획이 갑작스러운 소비자 수요 둔화, 중국 고객에 대한 미국의 수출 제한,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직면하자 생산 확대를 두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NYT는 "엄청난 수요와 기회를 기대하던 기업들이 갑자기 큰 도전에 직면했다"며 "많은 기업들이 판매 침체가 얼마나 지속될지 불확실성 속에서 생산을 언제 늘려야 할지, 언제 늘려야할 지 복잡한 질문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소비자들의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수요가 급증했던 전자제품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올해 3분기 PC 판매는 15% 감소했으며 올해 스마트폰 판매는 6.5%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중국에선 코로나19 봉쇄와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동시에 반도체 재고가 쌓이고 있다. 테크인사이츠의 댄 허치슨 연구원은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결국 필요 이상으로 부품을 많이 구매했다"며 "주문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IBS의 한델 존스 대표는 올해 반도체 산업이 9.5% 성장하겠지만 내년에는 3.4%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및 관련 장비의 대중 수출 금지 조치도 타격을 가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의 규제로 인해 매출 4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추정한 바 있다. KLA는 중국 내 일부 고객에 대한 장비 판매와 서비스 감소로 내년 매출이 6억~9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는 수요 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대응 마련에 분주하다.

인텔은 오하이오 외에도 애리조나, 오리건, 뉴멕시코, 아일랜드, 이스라엘에 대규모 공장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 공장 건물을 짓는 한편 내부의 값비싼 기계 구입을 보류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에서 150억달러 규모의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던 마이크론은 6~8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줄었다. 이 회사는 내년까지 자본지출(설비투자)을 30% 감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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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