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구조개혁" 약속한 지방대에 5년간 국고 1000억

교육부,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RISE사업' 발표
시도지사가 발전계획 수립…대상 대학도 선정
교육부, 시도 계획 평가해 국고 투입 액수 확정
지역 대학 인재양성에 '지자체 책무 강화' 취지
RIS, LINC3.0 등 5개 사업 폐지…RISE로 통합
연간 재원 2조+a…'살생부' 혁신지원사업 상회

오는 2025년부터 교육부가 아닌 광역 시장·도지사가 연간 총 2조원 규모의 국고 출연금을 받을 대학을 정하게 된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혁신플랫폼(RIS) 등 지방자치단체 협조가 필요한 재정지원사업 5개 이상을 통폐합해 단일한 국고 출연금 사업을 편성한다.




그간 선정 평가에 떨어지면 막대한 연간 국고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살생부'라 일컬어진 대학혁신지원사업(일반재정지원)보다 규모가 크다.

여기에 교육부가 지역의 발전 계획을 고려, 지방대 1곳당 5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입하는 매머드급 글로컬대학 사업을 새로 추진, 2027년 30곳을 정한다.

교육부는 1일 오전 경북 구미 금오공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제1차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5~6개 시·도를 시범 지역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연구용역을 거쳐 운영 계획을 가다듬은 뒤 2025년 수도권 포함 전 지역에 시행한다.

◆'대학 살생부'보다 큰 '2조+a' 지자체로 넘긴다


그동안 교육부가 운영하던 특수목적 대학 재정지원사업 중 지자체와 협력이 중요한 5개 이상 사업을 2025년부터 통폐합하고, 어떤 대학에게 재정을 지원할 지 여부는 광역시도의 계획에 따라 정해진다.

구체적으로 RIS(지역혁신), LINC 3.0(산학협력), LiFE(대학평생교육), HiVE(전문직업교육), 지방대활성화 사업 5개는 2024년까지만 운영하며 통합한다.

통합과 함께 대학재정지원사업의 구조, 규모의 조정 등을 통해 2025년부터는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예산의 절반 이상을 지역주도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획, 지역 내 배분, 관리권을 지자체에 위임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5개 사업의 올해 예산 규모는 1조1125억원인데, 2025년에는 2조원 이상으로 늘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으로 넘어가는 사업을 추가하거나 증액을 통해 2조원 이상을 목표로 한다.



2025년부터 지자체는 지역 발전계획과 대학 특성화 분야 등을 고려해 '대학지원계획'(RISE 계획)을 수립하며 이 과정에서 지원 대상 학교를 정한다.

교육부는 추후 정책연구를 거쳐 수도권을 포함할 지역별 재원 배분 기준액을 정한다. 2조를 17개 시도에 각각 나눠 지역별 총액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총액 안에서 광역시도가 계획을 수립해 오면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등 중앙 당국이 이를 평가해 국고 출연금 액수를 정한다. 사업기간은 5년이다. 시도에 전담 별도 법인 'RISE 센터'를 꾸리고 예산을 지원하며, RISE 센터가 사업을 관리하고 예산을 집행한다.

교육부에서만 넘기는 연간 2조원 이상이라는 총액 규모만 놓고 봤을 때, 기존 기본역량진단 평가를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국고 일반재정지원(대학혁신지원사업) 연간 지원액보다 많은 것이다.

올해 혁신지원사업은 일반대와 전문대를 합해 총 1조3677억원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면 연간 국고 수십억을 보장받지 못해 등록금 동결과 학생 수 감소 국면과 맞물려 '대학 살생부'라 불려 왔다.

교육부는 타 부처에서 주도하는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이관, 단계적으로 RISE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지방자치단체의 국고 외 '매칭 투자'도 기대하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사후 브리핑에서 "타 부처와 협의를 바로 시작하게 될 것이며 열린 마음(오픈 마인드)으로 협력에 임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교육부에서 2025년 50%만 잡아도 2조가 넘고, 타 부처에서 50% 수준을 이관하면 중앙 부처에서만 2조5000억원이 지자체에 고등교육(대학) 예산으로 내려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자체 지원 여부에 "중앙집권 체제에서 예산 지원에 한계가 있다"며 "동반 발전 모델이라 훨씬 더 많은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지방대 구조개혁 조건 '5년간 1000억' 글로컬대

RISE 사업과 별도 국고 재정지원사업을 편성, 2027년까지 비수도권 대학 30개교를 '글로컬대학'으로 선정한다. 대상 지역은 비수도권 14개 시도 전체다. 글로컬대학은 특화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지방대학(Glocal, global+local)을 의미한다.

교육부 소관 가칭 '글로컬대학육성위원회'를 구성해 대상 학교를 선정한다. 지정된 대학 1곳에 사업 기간인 5년 동안 국고 총 1000억원을 투입한다. RISE 사업과 맞물린 추가 대응투자 역시 기대하고 있다.

단, 글로컬대학이 되려는 지방대는 고강도의 구조조정, 타 대학과의 통폐합을 비롯한 '혁신 전략'을 구성하는 것은 물론 이를 이행해야 지원을 받는다. 예비 지정을 거쳐 이행 실적을 놓고 최종 지정할 대학을 선정한다. 교육과정과 R&D를 전면 개편하거나 교원 인사를 과감히 개선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이 부총리는 "굉장히 담대한 구조개혁과 연구, 교육의 큰 방향 전환을 제안하는 대학, 그 중에서도 가장 과감하고, 결국은 자기 희생을 충분히 감수했다는 증거가 있을 때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로컬대학 지정은 올해부터 시작한다. 올해 10개교 내외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단계적 확대한다. 교육부는 자세한 계획을 늦어도 6월까지 발표한다.


◆RISE 사업, 올해부터 시범 운영…5~6개 지역 지정

정부 국정과제인 지역 주도의 '지방대 살리기'의 핵심 계획들을 추진해 나가려면 우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권한 위임, 전담기관 지정, 예산 지원 근거를 담은 지방대육성법 개정을 내년까지 추진한다.

거버넌스 체계도 마련한다.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해 시도 지자체에 전담 대학지원 조직을 두고, 지자체와 대학, 산업계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지역 '고등교육협의회'를 꾸려 대학 정책을 심의, 운영한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시도에 고위공무원(국장급) '교육개혁지원관' 파견도 추진한다.

지자체가 막대한 국고 출연금을 운영하게 될 경우 교육계에서는 대학이 선거에 좌우되는 단체장의 입김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또한 수도권이 RISE 사업에 포함되는 만큼 지방대가 아닌 서울 주요 대학이 사업비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도 적절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구연희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RISE 체제를 통해) 앞으로 5년 단위로 (고등교육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자체와 협약한다"며 "지자체장이 바뀐다고 기존 협약을 뒤집으면 교육부와의 약속 위반이 된다"고 보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육부는 RISE 사업을 국고 출연금 형태로 운영하면서 최종 책임은 중앙 정부에 있다는 입장이다. 사업비 총액의 지역별 배분 기준액, 5년간의 사업기간 중 중간평가를 실시할 지 여부 등 통제 장치를 RISE 사업 시범 운영과 정책연구를 통해 구체화한다.

시범 운영 기간 동안은 기존 재정지원사업을 그대로 유지한다. 시범 지역에서는 2025년부터 통폐합 예정인 사업비를 직·간접 연계해 사용할 수 있다. 글로컬대학도 올해는 기존 국립대학 육성사업이나 지방대학 활성화 사업비를 쓰고 내년 신규 편성한다.

교육부는 RISE 시범 지역 선정 공모를 오는 2일부터 시작, 내달 초 선정 지역을 최종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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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