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상 제작 부부, 이우연 박사에 손배소
1심 "1천만원 배상" 뒤집고 2심서 원고 패소
2심 "조각상, 공공조형물…공익 관련 의견"
항소심 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상이 일본인을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발언에 대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놨다.
법원은 조각상이 공적인 공간에 세워진 만큼 공공조형물에 해당하고, 대중으로부터의 문제제기나 평가 등 검증은 불가피하기에 이 같은 주장을 불법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2부(부장판사 양철한·이정형·구광현)는 평화의 조각상을 만든 조각가 김운성·김서경 부부가 이우연 서울 낙성대경제연구소 박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됐던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씨 부부는 지난 2014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연맹의 의뢰를 받아 2년의 제작 기간 끝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일본 교토 단바지역의 망간광산 갱도 부근에 설치했다. 이후 조각상은 서울 용산역 앞, 제주항 제2부두 연안여객터미널 앞, 부산 일본 총영사관 인근, 대전시청 앞 공원 광장 등에 순차 설치됐다.
이 박사는 2017년 9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헐벗고 깡마른 징용상 모델은 조선인이 아닌 일본 훗카이도토목공사현장에서 학대 당한 일본인"이라는 등의 글을 게시하고 조각상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김씨 부부는 이 박사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019년 10월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이 박사 측은 "노동자상에 대한 의견 표명은 사실 적시라고 볼 수 없고, 원고들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모멸감을 주는 발언으로 볼 수 없다"며 "공익적 차원에서 공공조형물 제작 배경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는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1심은 이 같은 주장은 추측에 근거했을 뿐이라며 명예훼손으로 인정하고 이 박사가 김씨 부부에게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은 원심을 뒤집고 이 같은 발언을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이 사건 조각상은 공적 공간인 서울 광장 등에 설치된 것으로 제작 배경이나 경위에 대한 문제제기나 작품 평가 등 검증을 필수 수반할 수 밖에 없는 공공조형물"이라며, "피고는 강제징용 연구 및 시민운동가로 공공 관심 사항에 대해 발언을 했고 이는 공익과 관련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원고들이 조각상 제작을 위해 무엇을 참조했는지는 내면의 창작활동 영역으로 피고의 발언이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사실 적시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사정에 비춰 의견 표명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해당 발언이 허위사실 적시로서 명예훼손이라는 원고 측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