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분향소 대집행 보류…반지하 전수조사 논의"

서울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관련 답변
이태원 분향소 논란에 "대화 해결 조짐 보여"
반지하 전수조사엔 "구청장들과 논의 시작"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설치한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두고 "대화를 통해 해결할 조짐이 보인다"고 밝혔다. 25개구와 협력해 시내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를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소개했다.

오 시장은 22일 오후 서울시의회 제316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 출석해 서울광장 분향소에 대해 엄정한 행정 처리를 촉구하는 국민의힘 유정인 시의원의 지적에 이같이 말했다.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의 철거 시한이 지난 15일 종료됐지만, 서울시는 현재까지 행정대집행 절차를 유보 중이다.

오 시장은 "주기적으로 유가족 측과 접촉하고 있다. 다만 접촉 창구나 (대화) 진척 내용을 말하면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지장이 생길 수 있어 극도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당초 예고했던 행정대집행에 대해 "시의적으로 맞지 않아 보류하는 중"이라면서도 유가족 측이 서울광장에 무단으로 설치한 분향소는 자진철거해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만날 때마다 유가족 측에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드린다. 무단으로 분향소를 설치했기 때문에 자진철거가 바람직하고, 그렇게 되면 유가족이 원하는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오전 시정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소라(비례) 의원의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 관련 질의에 "전체 구청장님들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상태 조사만 하는 게 아니고 심층적으로 복지 지원을 어떻게 할지를 겸할 것이다. 특히 주거에 초점을 맞추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전했다.

반지하 안전대책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8월 서울시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직후다. 서울시는 특히 재난에 취약한 반지하의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공표했다. 약 20만으로 추정되는 반지하 주택의 종합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장기적으로 이주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후 전수조사가 아닌 1100가구 표본조사로 계획을 수정했고, 오 시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지가 앞섰다"고 전수조사의 현실적 어려움을 시인했다.

이에 오 시장은 "오해가 좀 있다. 수해 직후 나왔던 대책으로, 전수조사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되고 실질적으로 주거 상향과 지원하는 결정하는 수단으로 전수 조사 하려던 것"이라면서 "작년 수해가 워낙 컸는데 상습침수지역과 이동이 불편한 분들이 피해를 입으셨다. 주거상향을 목적으로 급한 부분 먼저 조사했다"고 돌아봤다.


최근 성동구는 14명의 건축사가 반지하 주택을 직접 방문해 5279호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관내 반지하 전수 조사를 마쳤다.

오 시장은 "실태 조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서울시가 하려는 건 심층면접 조사다. 성동구처럼 건축사들이 하드웨어를 조사하는 게 아니고 복지 상담사를 파견해 무엇을 도와드릴지 물어보고, 특히 주거부문을 어떻게 상향할지 심층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운영 지원 예산이 100억원 삭감된 것을 두고는 추가경정예산 심사에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서울시립대 지원 예산으로 서울시가 제출한 577억원에서 100억원 줄어든 476억원으로 수정 반영했다.

"당초 서울시의 의지는 아니었다"는 오 시장은 "삭감할 때부터 추경을 활용해 원래 책정했던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언질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등록금으로 부작용과 역기능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활발하게 논의해보자는 취지로 받아들였다"면서 "시의회에서 방향을 설정해주시면 교직원과 학생들을 최대한 존중하는 선에서 교육과 연구 기능이 손상되지 않도록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보탰다.

최근 이슈가 된 서울시의 청년 탈모치료 지원 조례 추진에는 "여드름, 라식 등 다른 질병과 비교·교량해서 무엇이 더 시급한 지원인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정부에서 많이 도와주면 좋다. 특히 청년 탈모인 경우에는 노년과 달리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는 것도 한번 고민해봄직 하다"면서도 "문제는 형평성이다. 예를 들면 이런 논의를 할 때 항상 나오는 게 '그러면 여드름 치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비급여 질병 중에서 '우선순위로 보면 라식, 라섹을 지원하는 게 더 긴요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다 일리가 있는 지적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이날 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의 본회의 방청을 불허했다. 유가족 측은 본회의 시정질문에 앞서 시의회에 방청을 신청했으나, 시의회는 의회 앞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있는 점을 들어 모든 방청 신청을 반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유가족들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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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