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상처 키운 특전사회, 사죄 없이 합동 진상규명?

5·18부상자회·공로자회, 특전사회 자체 조사 주장
'계엄군 찾아가 양심 고백 이끈다'는 큰틀 계획 뿐
"피해자 자처하고 역사 왜곡해놓고 사죄도 안 해"
5·18진상조사위 사전 협의도 없어, 설득력 떨어져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공로자회가 ㈔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특전사회)와 함께 5·18 진상 규명 조사에 나서겠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5·18특별법에 따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의 범정부 차원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협의 없이 독자적 행보를 하겠다는 주장이다.



"계엄군도 피해자"라며 1980년 유혈 진압을 합리화했던 특전사회와 군사 작전하듯 5·18 민주묘지를 기습 참배해 상처를 키워놓고, 사죄 없이 자체 조사를 추진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5·18 부상자회·공로자회 집행부는 23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19일 연 특전사회와의 '포용·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 선언식' 이후 계획을 밝혔다.

부상자회·공로자회는 특전사회와 공동 조사할 5·18 진상 규명 절차를 묻는 질문에 "숨어있는 5·18 투입 계엄군들의 양심 고백을 이끌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5·18 암매장 사실 확인과 행방불명자 발견에 필요한 단서를 찾겠다는 큰 틀의 계획이 있다고만 했을 뿐, 특전사 예하 (1980년 당시) 3·7·11공수여단 부대원을 어떻게 조사할지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애걸복걸해서라도 만나 달라고 사정하겠다"면서 조사 대상자를 정하지 못했거나 사전 협의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정황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체 조사 계획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시민사회 반발을 무시하고 특전사회 초청 행사를 강행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일방통행식 행보를 보이면서다.

지난 19일 진정한 사죄와 양심 고백 없이 '화합·화해를 자처'하며 군복을 입고 몰래 5·18 민주묘지를 기습 참배한 점, 권력 찬탈을 위한 시민 학살에 가담해놓고 스스로를 피해자로 규정한 점 등으로 혼란·갈등을 키운 만큼, 사죄를 먼저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특전사회 총재가 행사에서 "상부 명을 받고 현지에 파견돼 질서 회복 임무를 수행했다"고 역사를 왜곡하면서 5·18 피해자들의 상처를 키웠다.




부상자회·공로자회가 5·18조사위와 사전 협조 없이 자체 조사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5·18조사위 출범 뒤 관련 법에 진실 고백을 한 가해자의 사면 요청을 하는 등의 조항을 마련한 만큼 협의를 통해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송선태 5·18조사위원장은 "특전사 차원에서 협조를 해준다면 고마운 일이나 부상자회는 자체 조사 계획 발표에 앞서 단 한차례도 (조사위와) 상호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며 "화해 행사의 명분은 진상규명이지만, 부상자회는 행사에 앞서 진상규명과 관련해 얼마든지 조사위와 관련된 협의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달 5월 3단체와 조사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 일부 공유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 아닌지"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애타는 행방불명자 가족, 현장에서 발로 뛰는 조사관들을 의기소침하게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5·18조사위는 암매장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3공수여단, 20사단 62연대 병사·간부들의 진술을 토대로 옛 광주교도소 안팎 11곳을 발굴했고, 각 공수부대별 사체처리반 운용 의혹에 무게를 두고 조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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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