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과 휴학생 비율 급증…"통합수능·취업난 원인"

野 강민정 의원실 제출받은 서울 16개大 자료
종로학원 분석…휴학생 중 인문-이공 비율 격차
문과가 6~7%p 많았지만…지난해 10%p로 확대
SKY, 휴학생 수 차이 1년만 1000여명 더 벌어져

인문계열 취업난과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도입 후 이과 수험생의 문과 교차지원 현상이 지적되는 가운데 지난해 서울 주요 대학 휴학생 중 인문계 비율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뉴시스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실이 교육부 등에서 제출 받은 2018~2022학년도 5개년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소재 16개 주요 대학 인문·자연·공학 계열별 휴학생 현황을 종로학원과 분석했다.

그 결과, 서울대는 지난해 인문계열 휴학생 수가 이공(자연·공학) 계열을 넘어섰다. 2021학년도에는 휴학생 5570명 중 2622명(47.1%)이 인문, 2948명(52.9%)이 이공계였으나 지난해는 인문계 2590명(50.1%), 이공계 2578명(49.9%)였다.



서울대는 인문계보다 이공계 신입생을 더 많이 뽑는 학교다. 올해 고3이 치르는 2024학년도에 인문계 1196명, 이공계 1915명을 선발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까지 합해 계열별 휴학생 비율을 살펴본 결과, 5년 내내 문과생이 더 많았지만 지난해 들어 그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른바 'SKY 대학' 3곳의 2022학년도 한 해 인문·이공계 휴학생 수는 3만3181명인데, 이 중 1만8065명(54.4%)이 인문계열, 1만5116명(45.6%)이 이공계열에 학적을 두고 있는 학생이었다.

휴학생 중 인문-이공계열 학생 비율의 격차는 2018학년도부터 지난 5년 동안 3.9%포인트(p)→4.5%p→5.7%p→5.8%p→8.9%p 순이었다.

앞선 2018~2021학년도 4년 동안 인문계열이 이공계열보다 4~5%p 더 높았는데 지난해 그 격차가 8.9%p로 크게 벌어진 셈이다. 규모로 따져봐도 2018~2021학년도에는 인문계열 휴학생이 이공계열보다 매년 1190명→1352명→1799명→1993명 더 많았는데 지난해 격차가 2949명까지 벌어졌다.


분석 대상인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2018~2022학년도 5개년 휴학생 추이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5년 전인 2018학년도 한 해 동안 인문·이공계열 휴학생은 총 15만4840명이었으며 이 중 8만2888명(53.5%)이 인문, 7만1952명(46.5%)이 이공계였다. 계열간 비율 차이는 인문계가 7.1%p 더 높았다.

계열간 휴학 비율 차이는 2019학년도 6.2%p, 2020학년도 6.6%p, 2021학년도 6.2%p로 등락을 거듭하다 2022학년도에 인문계(55%)와 이공계(45%)가 10.1%p차로 벌어진다.

해당 자료는 1~4학년 전체 휴학생의 현황을 분석한 것으로 군입대, 어학연수, 취업준비, 경제사정, 개인사정 등 다양한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지난해 급격하게 인문계 휴학생 비율이 늘어난 원인에 대해서는 입시 제도가 바뀐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022학년도 입시는 이른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도입된 첫 해였다. 통합형 수능은 국어와 수학이 공통+선택과목 체제로 바뀌었다. 수학에서 지망 계열과 상관 없이 공통과목을 같이 풀고,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중 하나를 선택해 치른다.


대학들은 이공계열 입시 응시 자격으로 수학 '미적분' 또는 '기하'를 수능 필수 응시 과목으로 지정했다. 이로 인해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들이 수학 상위권을 독식하고 높은 표준점수를 획득해 대입 정시에서 유리하게 됐다는 논란이 계속돼 왔다.

교육부는 최근 이런 부작용을 줄이겠다며 대학들이 분석하는 전형 결과와 자퇴, 반수 등 중도 이탈 자료를 바탕으로 보완책을 모색 중이다. 대학들은 고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를 2025학년도 입시에 수능 필수 응시 과목을 해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인문계 휴학률이 높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자연계보다 심한 취업난"이라며 "주요 대학 인문계 재학생들이 졸업 후 상당한 취업난으로 우선 휴학을 하고 졸업을 미루면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형 수능 체제에서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정부의 이공계 집중 육성정책, 의대 정원 확대 등 모든 정책적 포인트(초점)가 이과 중심으로 쏠린 상황에서 서울 주요 대학 문과생들의 고민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의원도 "취업난 등으로 전체 휴학생 중 인문계열 학생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인문계를 택한 학생도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 사회, 대학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분석에 사용한 자료는 강 의원실이 서울대에서 제출 받은 자료와 교육부에서 제출 받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이상 15개 대학의 한국교육개발원(KEDI) 4·10월 기준 교육통계 자료를 집계한 휴학생 수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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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