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 비전문성이 불신 키운다…"전문가 위원 늘려야"

학폭위 심의 건수 2만 건 육박
학폭위 결정 불복 건수도 증가
3분의1 이상이 비전문가 학부모
뚜렷한 처벌 기준 없는 것도 문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결정에 불복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학폭위 결정에 대한 불복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학폭위 결정에 대한 불신을 꼽는다. 전문가들은 학폭위의 심의 건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관련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8357건이었던 전국 초·중·고교 학폭위 심의 건수는 이듬해 1만5653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1학기 심의 건수는 9796건으로 2학기를 포함하면 2022학년도 학폭 심의 건수는 2만 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연 2만∼3만 건 수준이었던 코로나19 이전 학폭위의 심의 건수가 코로나19가 지나가자마자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학폭위 결정에 대한 불복도 늘어나는 추세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1년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폭위 결정에 대한 재심(2020년 폐지) 및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제기한 재심·행정심판 처리 건수는 2016년 1602건에서 2019년 3096건으로 93.2% 급증했다.


이처럼 학폭 가해자나 피해자가 학폭위 결정에 불복하는 원인 중 하나로 학폭위 결정에 대한 불신이 꼽힌다. 전문가보다는 비전문가가 다수인 학폭위 구성의 한계로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체 학폭위 위원 중 3분의 1 이상을 관내 학교에 소속된 학부모로 위촉해야 한다.

현행법상 교육지원청의 장은 의사나 경찰, 법조인 등을 학폭위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들 '전문가' 위원의 실질적인 참여는 저조한 실정이다.

김소열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사무국장은 이날 뉴시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학폭위에 법조인·의사 등 전문가도 있지만, 업무 등의 이유로 직접 참석하지 않고 명단만 올려놓는 경우가 많다"며 학폭위 구성 문제를 지적했다.

나현경 법무법인 오현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도 "학폭위의 절반 정도는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님들이다"며 "그러다 보니 학폭 예방법에 따른 구성요건에 준해서 사안을 평가하기보다는 감정에 치우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폭위의 뚜렷한 처벌 기준이 없는 것도 학폭위 결정에 대한 불신을 더한다.

현행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에 따르면 가해자의 학교폭력 판정 점수에 따라 가해 학생에게 어떤 조처를 할지 기준은 있지만, 구체적인 처벌은 가해의 지속성·가해자의 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인 양형기준 없이 개별 심의위에서 처벌 수위를 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이 피해 학생의 피해 정도에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통상 전학 처분이 내려지는 집단 폭행 사건에서 사회봉사 등 비교적 가벼운 처분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는 반면, 통상 교내봉사 안쪽으로 처분이 이뤄지는 학교폭력 건이 사회봉사 처분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비전문가에게 학생부 기재까지 이어지는 징계 권한을 맡기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대진 윈엔 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학폭위가) 사실상 비전문가에 대한 법적 판단을 가름하게 한다"며 "학폭위 결정이 학생부에 기재되는 등 사실상 판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법리적 판단은 학부모가 아니라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교육계와 법조계에서는 학폭위의 전문가 비중이 커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소열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사무국장은 "상담심리 전문가, 청소년 전문가 등이 학폭위에 더 많이 포함돼야 한다"며 "규정에는 있지만 실질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전문가 참여를 늘릴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 변호사는 "학폭위의 학부모 위원을 지금보다 줄인다고 하더라도 피해 학생의 입장을 고려한다는 원래 취지를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며 "사건의 사실관계를 판단하고 해석하는 부분에서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고 말했다.

또 "법원 판례가 누적되어 양형에 일정한 기준이 생기듯이 학폭위의 결정 사례가 개별 학폭위에 공유되어 '이 정도 수위에는 이 정도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준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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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