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에 '계좌 제공' 2억 가로챈 30대…1심 실형

보이스피싱 조직에 계좌번호 제공
캄보디아로 출국…피해금 2억여원 전달
法 "범행에 관한 미필적 인식 가져"
"조직 범행 용이하게 하는 방조행위"

보이스피싱 조직에 자신의 계좌를 제공하고 캄보디아로 출국해 피해액 2억원을 환전·전달한 혐의를 받는 30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박강민 판사는 지난달 23일 사기방조, 컴퓨터등사용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A(38)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에게 피해금을 송금할 목적으로 본인 명의의 계좌번호, 계좌 비밀번호 등을 제공해 이들 조직이 총 2억291만원을 편취하도록 도운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9년 5월께 필리핀 교민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환전 업무 관련 채용 공고 게시글을 보고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먼저 연락했다.

당시 해당 범죄를 주도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같은 달 27일 피해자 B씨에게 '상품 결제' 문자를 발송한 후 이를 보고 전화한 B씨에게 '명의가 도용돼 대포통장이 개설됐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B씨에게 휴대폰에 원격 조종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했다. 또한 B씨의 신용카드 번호, 계좌 비밀번호, OTP(일회용 비밀번호) 등 금융거래 정보도 전송받았다.

이를 통해 B씨 휴대폰을 원격 조종해 B씨 계좌에서 4301만원을 A씨 계좌로 무단 송금했다.

이후 A씨는 캄보디아로 출국해 자신의 계좌로 들어온 피해금을 달러로 환전한 후 이를 보이스피싱 전달책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를 포함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같은 수법으로 B씨 등 총 3명에게 총 2억291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단순 환전 업무인 줄 알았을 뿐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범행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하지만 박 판사는 "A씨는 보이스피싱 범행에 관한 미필적 인식을 가지고 이들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편취금을 환전 및 교부해 조직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방조행위를 했다"며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A씨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계좌를 제공하고, 환전 업무를 위해 캄보디아까지 출국했다"며 "그 과정에서 항공비용과 숙박비용 등은 모두 이름도 모르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제공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A씨는 업무수행의 대가로 환전한 금액의 1%를 받기로 돼 있었고, 일이 없더라도 최소한 월 500만 원을 받기로 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A씨가 이 범행 전에는 사기 혐의 등 전과 2차례, 기소유예 처분 1차례를 받은 전력이 있는 점, 피해자들의 피해가 대부분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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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