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韓 국가신용등급 'AA-' 유지…"올해 말 물가 2.0% 전망"

국가신용등급 전망 '안정적' 기존 평가 유지
올해 성장률 1.2% 제시…내년 2.7%로 반등
"높은 가계 부채, 소비 약화시킬 우려" 지적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했다.

기획재정부는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고 13일 밝혔다. 우리나라 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이라고 기존 평가를 이어갔다. 한국이 해당 등급과 전망을 유지한 건 2012년 9월부터다.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등급 평가 모델상 AA에 해당하나 북한 리스크 등을 고려해 한 등급 낮은 AA-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치는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제시했다. 대외수요 위축 및 높은 금리와 물가로 올해 성장세가 둔화할 거라는 예상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긍정적인 성장 모멘텀으로 전환해 내년 성장률은 2.7%로 반등할 거로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 수출이 반도체 중심으로 부진할 것으로 보이며 높은 금리 수준이 투자와 소비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 리오프닝은 성장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서비스 중심 회복인 만큼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수 물가 압력이 완화되면서 올해 말 2.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정책금리는 올해 중 현재의 3.5% 수준이 유지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50bp(1bp=0.01%p)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높은 가계 부채는 소비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변동금리 비중도 80%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은행 건전성 등을 고려하면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리스크는 예상되지 않는다고 했다.

피치는 "은행 대차대조표는 견조하며 엄격한 신용심사 기준과 거시건전성 제도 등을 고려할 때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잔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올해 1월 4.84%로 2021년 7월 저점 대비 210bp 상승했으며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5월 대비 10.8% 하락했다"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낮아 자산 가격 하락이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자금시장과 관련해서는 작년 4분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정부와 한국은행의 신속한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국내 자금시장 여건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향후에도 유사한 상황 발생 시 유동성 공급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도 했다.

재정건전성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피치는 "한국 정부는 강한 재정 건전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향후 재정적자 등이 현재 피치의 전망보다 추가로 개선되고 중장기적인 등급 조정 압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부채 비율이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나 당초 피치 전망 대비해서는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예상 대비 수입 부족이 예상됨에 따라 재정 목표치에는 다소 미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 대규모 대외순자산 등을 고려하면 한국의 대외건전성은 견조하며 글로벌 불확실성 대응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작년 8월과 11월 경상수지 적자를 보이기도 했지만, 수입 둔화 등을 고려할 때 수출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외환보유액의 경우 작년에 다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지급액 대비 5.9배로 충분하며 올해는 보유액이 다시 확충돼 올해 말 경상지급액 대비 6.5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지난 몇 년간 별다른 진전 없이 높은 긴장 수준을 유지 중이라고 언급했다.

피치는 향후 우리나라 신용 등급의 부정적 요인으로 국가채무 비율의 큰 폭 상승, 가계 부채상환 문제로 인한 경제·금융 부문 전반의 리스크 확대, 한반도 지정학적 긴장 확대 등을 꼽았다. 반면 한반도 지정학적 긴장의 구조적 완화, 거버넌스 개선, 충분한 재정 건전화 노력을 통한 중기적 국가채무비율 하향세 안착 등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는 피치의 신용등급 평가와 관련해 "우리 경제의 대내외 건전성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재확인됐다"며 "정부의 재정 건전화 노력에 힘입어 재정건전성 관련 평가가 지속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시장 상황과 관련해 피치는 향후 유사사례에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면서 "그동안의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역량이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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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