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부지사 집 배송된 수천만원 가전제품, 배달음식도 결제"
"이 전 부지사 저한테는 생명의 은인...뭐라도 해드리고 싶어"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뇌물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측근 A씨가 "쌍방울 법인카드는 이화영이 아닌 내가 쓴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14일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0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이 전 부지사와 알고 지내는 사이인 A씨가 출석했다.
A씨는 이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에 언급된 인물이기도 하다. 검찰은 쌍방울이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A씨를 직원으로 허위등재한 뒤 급여나 법인카드 등 명목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인으로 나선 A씨는 그동안 재판에서 검찰이나 쌍방울 측이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했다"고 한 주장을 모두 반박했다.
그는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법인카드를 받은 적이 없으며 증인이 모두 사용하거나 동의해서 결제한 것이라고 진술했는데 사실이냐"는 검찰 질문에 "대부분 제가 썼기 때문에 그렇게 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 4개의 카드를 사용했으며,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한테 직접 받았다"고도 했다.
이에 검찰이 해당 법인카드로 배달 음식이 결제된 내역 등을 보여주며 "배달 주소가 이 전 부지사의 주소지인데 주거지에서 증인이 결제를 대신 해준 적이 있다는 것이냐"고 묻자 "한두 번은 그런 적이 있다"고도 답했다.
A씨는 또 이 전 부지사의 가족여행에서 대여 비용 등에 쓸 수 있도록 법인카드를 건넸다고 말했다.
검찰이 "쌍방울 명의 법인카드에는 연꽃모양(그룹 마크)이 있어서 (이 전 부지사가) 법인카드인 것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마크가 있는 게 부담돼 손톱 지우는 것으로 지웠다. 제 카드인 줄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A씨는 해당 법인카드로 가전제품 매장에서 에어컨과 냉장고, TV 등 수천만원 상당의 가전을 사기도 했다. 당시 구매내역을 보면 구매자에는 이 전 부지사의 비서가 이름을 올렸으며, 배달 주소는 이 전 부지사의 자택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 때문에 검찰은 A씨가 아닌 이 전 부지사가 해당 카드의 실사용자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A씨는 "2017년 암이 발병한 적이 있었는데 이 전 부지사가 저한테는 생명의 은인이라 뭐라도 해드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피고인은 당시 고위직 공무원인데 이런 것들을 증인으로부터 받아 썼다는 것"이냐고 반문하자 "결제하면 수일 내 현금으로 보내줬으며, 가전제품을 받은 뒤에도 이런 거 사지 말라고 현금을 주기도 했다. 현금을 받고 싶은 생각에 계속 결제한 것"이라고 답했다.
A씨는 또 이 전 부지사의 도움으로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 등재돼 급여를 지급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쌍방울에서 정치적 경력이 있는 사람을 원해 취업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일련의 증거를 보면 이 전 부지사가 운영하던 업체에서 근무하면서 업무를 처리해준 대가로 월급을 받고, 그 업체가 폐업하자 이 전 부지사가 사실상 줘야 할 돈을 쌍방울에게 대신 주도록 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검찰에 "(이 전 부지사가) 사실상 줘야 하는 돈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 주신문 이후 진행된 방 부회장 변호인의 신문에서도 A씨는 거듭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쌍방울에서 상당히 많은 돈을 증인에게 주고 카드로도 사용하게 해줬는데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냐"는 방 부회장 변호인의 질문에 "제가 아파서 호의도 있고, 커리어가 있어서 그런 거라 생각했다. 도와드릴 일 있으면 하겠다고도 했다"고 답했다.
또 "카드 받은 걸 계산해보면 3년 동안 2억 정도다. 본인 커리어를 말하지만, 다른 직장에서 받을 수 있는 것보다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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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