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되련다" 김영환, 화형식 경고에 제천 방문 취소

지역야권·시민단체 반발여론 의식 순방일정 연기
"비겁한 행동…사퇴하라" 집회 등 압박 강도 높여

김영환 충북지사가 예정된 제천 방문 일정을 연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충북도와 제천시 등에 따르면 김 지사는 당초 이날 제천을 시작으로 한 달간 충북 11개 시·군을 순방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밤 돌연 제천 도정보고회를 무기한 연기(잠정취소)했다.



충북도는 "도민들의 근심을 덜어드리기 위한 것"이며, 17일로 예정된 진천군 도정보고회도 사정에 따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보고회의 구체적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천재지변 등 자연재난이나 사회적 재난이 아닌 이유로 시·군 순방을 연기하고 날짜까지 정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도 관계자도 "재난이 아닌 이유로 도지사가 시·군 순방을 연기한 것은 도정 사상 첫 사례"라고 했다.

지역 정·관가에서는 순방일정이 연기된 속사정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도측은 "도와 김 지사의 사정으로, 특별한 배경은 없다"는 입장이다. 제천과 진천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시·군에 대한 도정보고회는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순방 연기는 김 지사가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결과로 보고 있다. 결국 여론이 수그러든 뒤 홀가분하게 순방을 이어가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이날 충주 CCS충북방송에서 '히어로' 녹화 일정을 소화한 뒤 도청으로 귀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천지역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김 지사를 향한 맹폭을 이어갔다. 이들은 김 지사의 순방 연기가 비겁하다는 성토를 쏟아냈다.

광복회 제천지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제천지역시민사회단체 등 11개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제천단양지역위원회는 이날 제천시청 앞에서 '김영환 충북지사 규탄집회'를 열어 "김 지사의 친일파 발언은 의병도시 제천시민에게 모욕을 줬다"며 김 지사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김 지사가 오늘 제천에 오지 못한 표면적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방미 일정 관계에 따른 것이라는 황당한 이유"라며 "진짜 이유는 의병의 고장 제천에서 의병들이 열병을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던 김 지사는 제천시민 앞에서 발언의 저의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했어야 했다"며 "반발여론이 무서워 시민들을 피하는 비겁한 수까지 뒀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박진 외교부장관 등 5명을 '계묘오적'이라고 지칭하고 이들의 사진과 이름을 적은 만장기가 등장했다. 여기에 김 지사를 계묘오적과 버금가는 친일파라고 풍자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나는 오늘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는 글과 영상을 올렸다.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 해법을 지지하는 과정에서 나온 반어적 표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지만, 이후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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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