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요동·투자 위축…이달 WGBI 지수 편입 물건너가나

3월 편입 목표한 WGBI 불발 가능성 높아 보여
시장접근성이 '발목'…기재부 "연내 편입 최선"

 이달 중 기대됐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정부 내부에서는 9월 편입을 노린다는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예정된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Russell)의 WGBI 편입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WGBI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로, FTSE 러셀이 관리하는 인덱스를 지칭한다.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주요 24개국 국채가 편입돼 있으며 추종자금은 2조~2조5000억 달러로 수준으로 추산된다.

WGBI에 편입되면 한국 국채는 총 25개국 국채 총 규모의 약 3% 수준을 차지하게 된다. 총 규모에서 한국 국채 비율을 따지면 60조~90조원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가파르게 인상된 미국의 기준금리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환율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안정자금 유입으로 환율 안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이미 정량적으로 편입 조건을 충족했다. 지난달 기준 국채 발행잔액은 약 1042조원으로 WGBI 시장규모 기준인 500억 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신용 등급 또한 WGBI 편입 최소 기준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A-, 무디스(Moody’s) A3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접근성이 WGBI 편입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FTSE 러셀이 관찰대상국 등을 포함한 채권시장 분류제도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 3월이다. 이후 관문에 들어선 국가는 중국, 스위스, 이스라엘, 뉴질랜드 4개국이다.

해당 국가들의 편입여부, 속도 등은 시장접근성과 국채시장 규모에 따라 달랐다.

중국은 2019년 3월 관찰대상국에 등재됐으나 WGBI 편입 규모가 5%가 넘는 만큼 2021년 3월에야 편입이 결정됐다.

이스라엘은 시장접근성 0부터 2까지 총 3단계 중 최고 단계인 2단계에 해당하는 반면, 편입비중은 0.3%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관찰대상국 등재 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2019년 9월 바로 편입이 결정됐다.

뉴질랜드는 2019년 3월 시장접근성 2단계에 올랐으나 지난해 3월에 이르러서야 편입됐다. 스위스는 2019년 9월에 등재됐으나 현재까지 편입되지 않았다.

한국은 아직까지 1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외국인 국채·통화안정채권 투자에 대한 이자·양도소득 비과세를 적용한 점은 장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외환시장 개장시간을 오후 3시30분에서 새벽 2시로 연장하고 해외소재 외국금융기관이 외환시장에 참여하도록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담은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시행이 2024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는 점은 편입을 늦추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도 3월 편입이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이 우세하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10일 리포트를 통해 "편입 시기는 3월이 아닌 9월이 될 공산이 크다"며 "외국인 국채투자 비과세 조치가 2023년 1월에서 2022년 10월에 조기 시행되는 등 일부는 개선됐으나 외환시장 선진화, 국채통합계좌 구축 등 주요 개선책들이 상반기까지 전부 적용, 시행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달 15일 "WGBI 최종 입성을 판가름하는 한국의 시장접근성 등급이 편입기준을 밑돈다"며 "정부의지는 확인됐지만 대책 시행이 예상과 달리 늦춰지면 3월 편입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 바 있다.

오는 9월에 편입이 이뤄지더라도 실제 자금 유입은 2024년 3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러셀 측은 WGBI 편입이 이후 투자자들을 위해 실제 투자에는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금 유입이 시작되더라도 1~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들어오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투자설명회(IR) 등 바뀐 우리 제도를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러셀 측에서 투자자들이 체감하고 있고 더 많은 투자를 원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편입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이달 WGBI 등재 가능성은 높지 않고 9월만 되더라도 빠른 편이라고 본다"며 "올해 안에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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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