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두고 정진상·검찰 첫 재판서 공방
"공적 장소서 뇌물 비상식"vs "가짜" 대립
재판부 진화에도 공방…유동규도 가세
이재명 측 "작동 모습 언론에도 보도"
검찰, 증거조사 자신감…쟁점 부각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화제를 모았던 시장실 등의 CC(폐쇄회로)TV가 사실은 녹화도 안되는 '가짜'였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재판의 또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논란의 대장동 428억 약정,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 전 실장 측은 CCTV 설치를 근거로 공적 장소에서 돈이 오갔다는 검찰 주장의 신빙성을 저격했지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까지 나서 "CCTV는 가짜였다"는 검찰 주장에 힘을 보태며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의 첫 공판에서 CCTV를 둘러싸고 검찰과 정 전 실장 측이 격하게 대립했다.
정 전 실장에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대장동 사업에 민간업자들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천화동인 1호 지분 24.5%(428억원 상당)를 받기로 약정했다는 혐의 등이 적용됐다.
첫 재판에서 정 전 실장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 후 주요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는데, 특히 뇌물 혐의와 관련해 당시 시장실 내 CCTV가 설치됐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정 전 실장 측은 "당시 시장이던 이 대표가 뇌물을 막기 위해 소리까지 녹음되는 CCTV를 설치했을 정도로 성남시 사무실은 구조상 뇌물 제공이 불가능한 장소"라며 "직원들에게 포위됐던 피고인이 시청 사무실에서 뇌물을 수수했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검찰은 "CCTV는 가짜"라며 맞섰다.
성남시 내부 CCTV는 이 대표 재직 당시인 2011년 처음 설치됐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뇌물을 들고 찾아오는 이들을 차단하기 위해 자신의 일터에 CCTV를 스스로 달았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 해에 실제 CCTV가 작동되는 모습이 담긴 일부 방송사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날 검찰은 "성남시 비서실 안에 CCTV가 있다고 하는데 가짜"라고 했고, "CCTV가 설치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구속 전 심문 과정에서 검찰이 탄핵해 피고인(정진상)이 구속된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았을 땐 법정 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재판부가 추후 증거조사를 통해 양측 주장을 살피겠다고 진화 작업에 나섰지만, 오후 재판에서도 CCTV 여진은 계속됐다.
오후 재판 시작에 임하며 검찰은 "변호인 측이 재판부 심증 형성을 방해하고 왜곡된 주장을 해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공판 조서에 꼭 남겼으면 한다"며 "CCTV가 설치돼 뇌물을 받기 어렵다고 주장하는데 확인 결과 회로가 연결되지 않아 촬영 기능이 아예 없는 모형"이라고 했다.
이어 "(성남시) 비서실 직원도 모형이라고 알고 있고, 촬영 필요 시엔 모두 휴대폰으로 찍었다. 모형마저 불투명한 시트지로 가려진 곳에 있다"며 "촬영이 된다고 해도 피고인 측 자리를 비추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실과 비서실 내부 CCTV는 번호 자체도 없고 모두 담당 공무원을 통해 확인된 내용"이라며 "피고인 측 주장은 타당하지도 않고 영장 때도 이미 나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실장 측이 "CCTV 관련 내용은 법정에서 증거조사를 하지 않은 사실을 담고 있는데 이에 대해 검찰이 설명할 수 있느냐"며 "서증조사에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부분인데 이를 설명하고, 주장만 있는 상태에서 검사가 선제적으로 탄핵 증거를 제출하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재판부는 "CCTV 관련은 기술적인 부분이라 자료를 제출하면 재판부가 판단하겠다"며 공방을 매듭지었지만, 이 사건 재판에서 추후 CCTV 작동 여부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 전 실장과 이 사건 공동피고인으로 기소된 유 전 본부장 측이 검찰 주장에 동조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재판 휴정 시간에 취재진과 만나 "시장실에 CCTV가 있었다고 하는데 아예 없고 녹화도 안된다"며 "(이재명 당시 시장도) 알고 있었고, 정진상에게 '시장님이 불편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거 다 가짜야'라고 말해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은 전날 뉴시스에 "이미 수많은 언론에서 성남시장 집무실 CCTV 작동 영상이 보도됐는데 더 이상 무슨 입장이 필요하냐"며, "유동규의 아무말 대잔치에 일국의 검찰이 신뢰를 부여하는 비극적 희극이 작금의 현실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4월4일 공판에서는 서증조사를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하고, 유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변론을 분리해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 인사인 정 전 실장은 유 전 본부장에게 각종 사업 추진 등 편의 제공 대가로 7회에 걸쳐 2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을 대장동 개발 사업자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천화동인 1호 지분의 절반인 24.5%를 약속받은 혐의도 있다. 액수로 총 700억원, 각종 비용을 공제하면 428억원 수준이다.
또 대장동 배임 혐의 등으로 압수수색을 받던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받는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에게 뇌물을 건네고 압수수색 당시 정 전 실장과 관련된 자신의 휴대전화를 창 밖으로 버린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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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