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지도부 설화·핵관발 분노 임계점…기강 잡기 나서나

'PPAT 폐지' 언론보도에 불쾌…적극 대응 나서
지도부 실언 논란·지지율 하락에 분노 임계점
지도력 논란으로 번질 수도…"특단 대책 필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도부의 잇따른 설화 논란에 이어 '핵심 관계자'(핵관)발 혁신안 폐기 언론보도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여러 논란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던 김 대표가 대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결국 김 대표가 새 지도부 출범 이후 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연이어 악재만 터지자 답답함을 토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본격적인 당 기강 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6일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전날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폐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한 언론보도가 나오자마자 불쾌감을 토로하며 당과 보좌진에게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당은 대변인 공지를 통해 "김 대표는 혁신위원회 건의안을 보고받고 검토하고 있으며, 도입 가능한 사항을 실무적으로 파악하라고 지시한 바는 있지만, 혁신안 폐기를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김 대표는 당 의원들이 모인 단체대화방에 장문의 글을 올려 해명했다고 전해졌다.

김 대표는 또 국회 본관에서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와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누가 무슨 헛소리를 했다. 핵심 관계자가 누구인지 색출하라고 지시했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가 이처럼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통상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그가 지도부의 잇따른 설화 논란에 이어 혁신안을 폐기한다는 '핵관발' 언론보도에 평정심을 잃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계속되는 실언으로 논란이 된 지도부를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응분의 책임을 묻고 당의 기강을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를 가장 난처하게 한 건 보수단체 집회에서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주장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김재원 최고위원이다. 지난 4일에는 "4·3 기념일은 (국경일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이라고 말한 뒤 '4월 활동 중단'을 선언하며 자숙에 들어갔지만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태영호 최고위원의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 주장도 가볍게 흘려들을 수 없는 실언이라는 분석이 있다. 총선 1년여를 앞둔 상황에서 우경화 발언으로 중도층과 2030 세대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조수진 최고위원이 5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비우기에 대해 논의했다. 여성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잘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김 대표는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하는데 본인이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연이은 설화 논란으로 김 대표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3·8 전당대회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더불어민주당에 2개월 만에 역전당하는 등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2명에 정당 지지도를 물은 결과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0.8%포인트 하락한 37.1%로 집계됐다. 민주당과는 지난주 7.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벌어져 3주 연속 오차범위 밖 격차를 보였다.

통상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이후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는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달 말까지 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을 경우 김기현 체제가 더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지지율 답보는 결국 김 대표의 지도력 논란으로까지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지난 5일 KBS라디오 '보수의 품격'에 출연해 조 최고위원의 발언을 지적하며 "그러니까 그저 고정 지지층 30% 여기에 딱 묶여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를 향해서는 "존재감이 없어지니까 지도력이 안 선다"며 "무슨 말을 과감하게 하려 해도 대통령이 어떻게 볼까 눈치를 보게 된다"고 일갈했다.

결국 김 대표가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고 '당 지지율 55%·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60%'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당 기강 잡기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제 더 이상 김 대표가 봐주면 안 된다. 내년 총선에서 참패하길 바라는 건가"라며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금 이 상태로 질질 끌어봐야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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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