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카 의혹' 배모씨 재판부 검찰 질책..... "재수사 요청으로 증거 제출 막아"

변호인 측 경찰 불송치 이유서 요청 뒤 "오해 소지 충분"
검찰 "수사 기록 방대해 검토하는 데 시간 걸렸던 것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기도청 전 별정직 공무원 배씨 사건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가 법정에 제출되는 것을 막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검찰을 질책했다.



6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황인성)는 공직선거법위반(기부행위 및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배씨 사건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배씨의 '김혜경 수행비서 채용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 이유서가 제출되지 못한 점에 대한 검찰 측 설명을 요구했다.

배씨의 '김혜경 수행비서 채용 의혹' 사건은 2021년 12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배씨와 김씨 등을 국고손실 등 혐의로 고발하며 수사가 이뤄진 사안이다.

당시 국민의힘 측은 "배모씨를 경기도 5급 사무관으로 채용해 놓고 경기도민을 위한 일은 전혀 하지 않고 3년간이나 김씨 수행 일만 하도록 해 국민 혈세를 낭비해 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기남부경찰청은 배씨의 채용 절차에 문제가 없었고, 정상적으로 공무원 업무를 한 부분도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12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법원은 지난 3월20일 진행된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배씨 측 변호인의 문서송부촉탁신청을 받아들여 사실조회를 보냈다.

그러나 검찰에서 같은 달 24일 경찰에 해당 의혹 전반을 다시 살펴봐달라는 취지로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하면서 해당 문서가 법원에 제공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지난 재판에서 변호인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사적채용 의혹 관련 이유서를 신청한 것을 검사도 이 법정에서 들었는데 4일 뒤 재수사가 진행돼 보내줄 수 없다고 한 것"이라며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가 법원에 제출되는 것을 막은 듯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검찰을 질책한 이유는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을 내린 부분이 배씨가 재판받고 있는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와도 맞닿아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씨는 현재 대선 당시 법인카드 유용 의혹, 불법 의전 의혹 등이 불거지자 "공무 수행 중 후보 가족을 위한 사적 용무를 처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검찰은 배씨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배씨가 김씨의 지시로 각종 사적 업무를 처리해왔다"며 사실상 수행비서의 역할을 했다고 적시했다.

반면 '김혜경 수행비서 채용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채용 절차에 문제가 없으며, 배씨가 실제 공무원 업무 수행을 한 점에 비춰 김씨의 수행비서로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며 경찰의 불송치 이유서를 받아달라는 변호인 요청을 받아들였으나, 검찰의 재수사 지휘 요청 시점이 공교롭게 해당 재판 이후에 이뤄지다 보니 고의로 증거 제출을 막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재수사 요청 사안이고, 수사 중인 상황에는 서류가 나가지 않는다"며 "기록이 52권이 넘어 방대하다 보니까 검토하는 데 절대적인 시간이 걸렸을 뿐이지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재수사 요청한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오해받지 않으려면 서류를 제출하고 난 뒤 재수사 요청하면 될 텐데 이렇게 오해받을 행동을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며 "우연히 그렇게 됐을 수도 있겠지만 이 사건처럼 정치적인 의미가 있거나 사회적 시선이 끌린 사건은 적극적으로 서류가 제출될 수 있게 해달라. 안 된다고 하면 법원에서 강제로 확보할 방법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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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