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없어 병원 못갔는데" 의료 사각지대에 손길 내민 봉사자들

개교 50주년 맞아 아주대의료원 소외계층·외국인에 무상 의료서비스 제공

"의료보험이 없는 외국인까지 소외시키지 않아 너무 감사합니다."

14일 오후 2시께 경기 수원 아주대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몽골인 A(22·여)씨는 "같은 몽골인이 활동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를 보고 어머니와 함께 왔다"며 아주대의료원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주대의료원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는 아주대로부터 후원을 받아 의료 봉사 동아리와 함께 지역사회 의료 봉사를 진행했다.

의료봉사동아리는 2020년 2월 코로나19 감염증이 국내에서 창궐하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까지 나가 의료봉사에 참여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의료봉사를 중단했다가 이번에 3년 2개월 만에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민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다시 활동에 나섰다.

이날 체육관에 나온 의료진은 교수 및 전공의, 간호사 등을 포함해 모두 35명이다.


환자들이 주로 많이 찾는 진료과목 부스를 차려놓고 지역 소외계층 21명과 외국인 123명 등 총 144명에게 사전 예약을 통해 신청을 받아 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각 부스마다 배치된 의료진들은 찾아온 환자들에게 친절하게 아픈 부위와 정도 등을 상담하며 세심한 손길로 건강상태를 확인한 뒤 필요한 처방전을 내려줬다.

이같은 의료봉사 소식에 찾아온 외국인 국적도 다양하다. 아주대의료원은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을 위해 통역관 1명까지 현장에 지원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은 물론 베트남·태국·필리핀·스리랑카·몽골 국적까지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와 외국인 SNS 커뮤니티에 올라온 외국인 대상 의료지원 정보를 듣고 이곳을 방문했다.

특히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외국인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면서 비용 부담으로 우리나라 병원을 찾지 못 했던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잇따랐다.

아주대 사회학과 3학년에 유학생으로 재학 중인 A씨는 의료보험이 없는 모친과 함께 필요한 진료를 받으러 왔다.

그는 아주대의료원이 병원과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엑스레이 검진이 가능한 차량 등 다양한 의료장비를 설치한 덕분에 무사히 진료를 받았다.

진료부스 맞은편에는 혈액·심전도·초음파·체성분·골밀도 검사는 비롯해 물리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부스가 운영됐다.



인근 경기대 무역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베트남 유학생 B(25·여)씨는 "최근 헌혈을 하는 과정에서 무슨 항체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것이 정확히 뭔지 몰라 걱정이 돼서 검사를 받아보기 위해 왔다"며 "다행히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는데, 온 김에 목 뒤에 있는 통증도 상담을 받아 물리치료까지 받는다"고 말했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신자 2명과 함께 왔다는 C(71)씨는 "이 근처에 안 살고 좀 떨어져 있는 동네에 사는데 교회에서 알려주는 소식을 듣고 같이 찾게 됐다"며 "내가 병원을 다녀서 검사하는 것도 있지만 여기서 상세하게 말씀을 해주니까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의료진들은 오전 10시, 11시 등 총 2차례에 걸쳐 아주대 교직원과 학생까지 20명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도 함께 진행했다.

정윤석 아주대의료원 의료봉사동아리 회장(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은 "코로나19로 잠시 의료봉사를 멈췄다가 이번에 지역민을 대상으로 다시 의료봉사를 재개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의료봉사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국내외 의료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기주 아주대 총장도 개교 기념주간을 마무리하면서 의료봉사장을 찾았다. 최 총장은 "올해로 개교 50주년을 맞은 우리 대학은 그동안 지역사회와 공동체 의식을 갖고 함께 성장과 발전을 해왔다"며 "이번 활동이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많은 지역민에게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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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 신 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