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때리고 나서 더 맞았다면…1심 "그래도 학교폭력"

먼저 손찌검했지만 더 심한 폭행 당해
재판 과정서 "학폭 아니다" 주장하기도
1심 "경미한 학폭…손찌검이 폭행 발단"

결과적으로 더 심한 폭행을 당했더라도 먼저 유형력을 행사했다면 서면사과 조치가 정당하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지난달 28일 A군이 서울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난 2021년 당시 서울의 한 중학교 같은 반에 재학 중이던 A군과 B군은 서로 다퉜다가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심의위)에 회부됐다.

심의위에 따르면 A군은 B군이 점심시간 교실에서 자기 책상을 어지럽히고 발을 올려놓고 앉아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나빠졌고, B군의 머리를 때리며 욕설 등 부적절한 언행을 내뱉었다.

이에 화가 난 B군은 A군의 오른쪽 눈을 때리고 목을 조르며 A군을 사물함 쪽으로 밀었고, 이 과정에서 바닥에 쓰러진 A군의 머리를 발로 찬 것으로도 조사됐다.

심의위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두 학생에게 서로 서면사과 조치를 내리는 한편, 폭력의 정도가 심했던 B군에 대해선 A군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학교 봉사 6시간, 특별교육 2시간 이수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A군은 이에 불복해 서울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행정심판위원회가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조치를 추가하는 내용을 재결하자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군 측은 B군이 먼저 A군의 자리를 어지럽혔고, 이에 머리를 툭 치며 '아이씨 빨리 나와'라고 말한 것에 불과하므로 폭행이 아니어서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A군의 행동이 B군에게 신체 및 정신상의 피해를 준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A군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급우들의 진술서 기재 내용, A군의 행위에 대한 B군의 반응 등에 비춰보면 A군이 B군의 머리를 밀거나 살짝 쳤다고 보기 어렵고, 그보다 강한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목격 학생의 진술서에 A군이 '아이씨'라고 강하게 말했다고 기재돼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적어도 A군이 B군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군의 행위가 다소 경미한 수준의 학교폭력이고, A군이 B군의 폭행으로 상해를 입게 됐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A군의 행위가 B군의 폭행이 발단이 된 점, A군에 대해선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중 가장 경미한 서면사과 처분이 이뤄진 점 등을 비춰보면 이 사건 처분이 지나치게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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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